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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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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1 왜 지금 우린 철학이 필요 없는가? 처음 철학이란 말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한 건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다. 나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특별히 신앙심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가야 했는데, 그냥 철학과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신학교에 가고 싶었다. 우연히 읽은 불교 경전도 매력적이고, 니체나 쇼펜하우어와 같은 이들의 글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에 관한 연구도 하고 싶었다. 하여간 이런저런 종합되지 않는 여러 이유로 나는 철학과에 들어갔다. 철학과는 크게 재미가 없었다. 배우는 것도 재미가 없고 주변 사람들과도 그렇게 친해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내가 철학을 더 진지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시간도 돈도 아까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철..
조용히 살아야지... 나이가 들면서 조언이란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원칙상 아예 하지 않는다인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씩 조언을 해버리고 만다. 조언이란 말은 아직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 만큼 무엇인가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열심히 하라는 말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학문적인 것 말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도울 수 있지만... 그런데 그런 청을 하는 이는 없다. 요즘 들어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독학의 삶을 살았다. 철학과가 사라졌을 때도 그랬고 그 이전도 그랬다. 내가 준비하고 내가 읽고 내가 정리하고 말이다. 그러다 세상에 나와 보니... 종종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나는 아직도 돌도끼 전투법을 혼자가 연습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입을 열면 열 수록 조롱..
삶은 원을 그리며 나를 벗어나간다. 삶은 원을 그리며 나를 벗어나간다. 모든 이들은 태어나 자라고 늙어 죽는다. 살아있다는 말은 죽을 거란 말이다. 죽었다는 말은 살았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진리’다. 모든 것을 의심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의심할 수 없는 그런 ‘진리’다. 이제까지 죽지 않은 생명은 없고, 살지 않았던 죽음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태어났다는 말은 죽어감의 시작이다. 이게 사실이고, 이건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게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보다 더 참된 진리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살아있고, 나는 죽을 거다.” 태어나 자라고 늙어 죽는다. 그렇게 나는 사라지고, 그 죽음의 자리에 또 누군가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죽는다. 그렇게 그는 사라지고 또 그 죽음의 자리에 또 ..
상처 위에 상처 상처 위에 상처가 쌓인다. 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상처가 하나 더 쌓인다. 이젠 아래 상처가 아픈지 위의 상처가 아픈지 모르겠다. 그런 사이 또 하나의 상처가 쌓인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다. 어느 순간 그 상처가 내가 된다. 그러니 이 세상은 나란 놈이 더 만만한지 웃으며 침을 뱉고 모욕의 말을 토해낸다. 상처가 쌓이고 쌓여 무게를 이기지 못할 어느 날... 그 상처를 봉분 삼아 묻혀 죽겠지. 그 슬픈 무덤에도 그것들은 침을 뱉고 모욕의 말을 토해내며 내 존재를 조롱하겠지.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들이니. 유대칠 2022년 11월 15일
슬픔이 슬픔에게 슬픔이 슬픔에게 슬픔이 슬픔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라도 슬픔이 슬픔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그냥 드는 생각이다. 2022년 11월 4일 유대칠
철학도 아파하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나이도 적지 않습니다. 68세. 자세히는 모르지만 억울함이 남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우리네 사회는 누군가에게 참 큰 억울함은 남깁니다. 드러나 보이기는 혹은 법으로는 매우 평등하다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실 속은 너무 억울하고 평등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제법 부디! 누구도 억울하지 않는 그런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가족은 이런 슬픈 이별 만으로도 너무 힘겨울 것인데... 거기에 억울함이 남아서는 안 되겠지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학이 그냥 잘난 소리 하는 이들의 말싸움 같습니다. 저의 눈엔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싸우고 그것이 마치 엄청나게 대단한 문제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현실의 부조리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지만 저의 눈에 지..
지금 이 자리의 부조리, 이 고난에서 미래를 궁리한다. (대구철학독서교실) 어떤 학생이 매우 의미 있는 질문을 하더군요. 왜 동양 철학은 미래의 대안으로 많이 연구되지 않지요. 음... 재미난 질문입니다. 그런데 서구의 과거 철학도 지금 우린 미래의 대안으로 삼아 연구하진 않습니다. 과거의 철학은 과거 사람의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왜 그 옛날의 것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까? 당연히 과거의 철학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비판되고 긍정되는 철학은 지금 이 현실을 주 텍스트로 연구하는 지금 이 순간의 철학입니다. 과거의 철학을 열심히 연구한 고전 문헌학자가 아니란 말이죠. 당연히 동양의 과거 철학도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입담의 연예인 같은 철학 강사들이 동양 철학이 미래의 대안이라도 되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들 이론..
불법 목숨은 없다! 불법 목숨은 없다. 2020년 12월 20일, 영하 18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캄보디아인 이주 노동자가 추위에 얼어 죽었다. 2022년 2월 23일, 미숫가루 공장에서 일하던 한 인도인 이주 노동자가 불에 타 죽었다. 2022년 8월 9일, 역시나 제대로 된 안전시설 없는 컨테이너에 생활하던 중국인 이주 노동자가 차오르는 물에 죽임을 당했다. 추위에 얼어 죽고, 불에 타 죽고, 물에 빠져 죽는다. 더 적으려면 더 적을 수 있다. 나의 이주 노동자 친구에게 하나하나 물어 기록해 가면 기사가 되지 못한 더 많은 죽음을 적을 수 있다. 이런 슬픔 하나하나 적어가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너무나 미안하다. 우리의 차가움이 얼마나 차가운지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죽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