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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의자리

옥캄 유명론 참모습

옥캄 유명론 참모습

- 뵈너의 해석에 관한 고찰.


유대칠

(토마스 철학 학교)


1.서론

 옥캄에 관한 뵈너(Ph.Boehner)의 연구는 그 이후 옥캄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특히 옥캄에 관한 연대기적 연구가 그러하다. 이러한 연대기적 연구를 통하여 옥캄을 단지 유명론(nominalism)이란 이름으로만 묶어버리는 것이 한계를 가짐이 드러났다. 중세 존재론은 흔히 공통 본성(common nature) 혹은 보편자가 영혼 외부에 실재한다는 실재론(realism)과 그렇지 않다는 유명론으로 구별되어진다. 그러나 뵈너의 문헌 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옥캄의 논의가 실재론도 유명론도 아님을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의 개념정의로 보자면, 보편자가 단지 이름일 뿐이라는 유명론과 이에 비교되어 보편자를 개념이라고 하는 개념론(conceptualism)이 있다. 그리고 이들 용어를 감안하자면, 옥캄은 개념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옥캄이 생각하기에 보편자는 우선적으로 개념이기 때문이다.1) 실재로 현대 형이상학의 개념 정의에서 중세 많은 철학자를 보면 우리가 흔히 유명론자라고 하는 많은 이들이 개념론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옥캄 역시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옥캄의 개념론은 시기적 변화를 겪는다. 그러면서 뵈너는 초기의 견해와 구분하여 후기를 실재론적 개념론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옥캄은 인간이다”라는 명제에서 옥캄은 개별자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 명제에서 ‘인간’은 관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자를 지칭한다. 만일 이 둘이 서로 다른 것을 지칭한다면, 위 명제는 거짓이 되고 만다. 우리가 가지는 보편자의 내용은 개별자에 대한 감각적 대상 가운데 있으며, 본성 가운데 상응하는 것 없이 결코 영혼의 순수한 주체적 산물일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는 옥캄을 실재론적 개념론이라 규정한다. 이러한 해석은 호흐스테터(E.Hochstetter)가 이미 유사한 것을 제시한바 있는 것이다.2) 이러한 뵈너와 호흐스테터의 옥캄 접근은 그 이후 옥칻을 향한 새로운 길을 마련하려 부었다.

 확실하게 뵈너의 연구는 옥캄을 두고 이루어진 지난 수백 년의 이해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중세 후기 철학자인 칸디아의 페트루스는 옥캄주의자를 곧 유명론자라 하고, 유명론자들을 옥캄의 아들 혹은 후예(filii, sequaces, sequentes, imitatores...)... 등으로 표현하였다.3) 실재로 문헌학적으로도 후기 중세에 사용된 옥캄주의자(occhaniste) 혹은 옥캄의 학설(scientia okanica)은 곧 유명론자 혹은 유명론을 의미하였다. 본래 라틴어인 nominalismus, 즉 유명론은 대(大) 알베르투스(Albertus Magnus)의 문헌 가운데 보편자를 마음 가운데 두는 존재론적 사유로 처음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중세 유명론의 이해는 14세기에 이르러 옥캄 혹은 옥캄주의와 관련되어 이해되어 왔고, 이러한 전통은 뵈너의 등장 이전까지 계속된다. 뵈너는 중세 이후 계속된 옥캄에 대한 유명론적 해석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에 의하면 초기 옥캄은 보편자를 단지 대상적 존재(esse objectivum)로 어떤 ‘만들어진 것’(fictum)4)이라 하고, 후기에 이르러 주체적 존재(esse subiectivum)로 영혼의 행위, 즉 사고행위(intellectio)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옥캄은 후기에 보편자를 사고 행위로 영혼 가운데 주체적 존재를 가지는 실재론적 개념론을 선보였다고 한다.5) 이렇게 옥캄을 두고 그저 유명론자라고 하는 것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뵈너의 연구도 후에 이르러 비판의 대상이 된다. 당장 뵈너가 이해하는 옥캄의 초기 견해, 즉 만들어진 것-이론에 의한 옥캄 이해가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뵈너의 연대기적 변화를 수용한다고 하여도, 과연 그의 연대기적 변화의 내용, 즉 만들어진 것-이론에서 사고행위-이론으로의 변화란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뵈너 이후 아담스(M.Adams)는 옥캄의 초기 이론이 과연 만들어진 것-이론이란 호칭이 적당한 것인지 의문한다.6) 이러한 의문은 다른 몇몇 학자들에게도 보여지는 것이다. 아담스는 옥캄의 제자인 아담 위드헴(Adam Wodham)의 증언과 문헌 분석을 통하여 초기 견해가 만들어진 것-이론이  아닐 가능성을 논한다. 필자의 논의도 여기에 있다. 과연 초기 옥캄의 견해가 만들어진 것-이론이란 이름으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논의의 연장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옥캄 존재론의 참 모습을 분명히 하고, 이어서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로 이어지는 그의 존재론적 사고의 변화를 따라갈 길을 마련하고자 한다.     


2.옥캄 저서의 연대기적 분석

 우선 그의 존재론적 입장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다루기 위해선 그의 저서를 전기의 것과 후기의 것으로 나눌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곳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옥캄에 관한 개인적 논의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저서의 연대기적 논의를 이루고, 이에 준하여 그의 존재론적 사유의 흐름을 추론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이에 관한 논의에서도 일부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필자가 하려는 논의를 위하여 약간의 저서의 연대기적 논의는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16-1317년경 옥스퍼드(Oxford)에 머문 옥캄은 실재론자인 알뉘크의 윌리엄(William of Alnwick)뿐 아니라, 보편자에 관하여 대상적 존재(esse obiectivum)를 주장하였으며, 1316-1318년 파리에서 ꡔ명제집ꡕ을 강의한 아우레올리의 논의도 알고 있었다. 이 시기는 그가 ꡔ보고서ꡕReportatio7)를 작성하기 바로 직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는 아우레올리의 영향을 받는다. 옥캄은 이러한 인물뿐 아니라, 앞선 시대의 겐트의 헨리(Henry of Ghent)와 로마의 자일스(Giles of Rome) 그리고 둔스 스코투스(John Duns Scotus) 등을 비롯한 그와 동시 인물이며 옥스퍼드에서 ꡔ명제집ꡕ을 강의한 리딩의 요한(John of Reading)을 이해하고 있었고, 또한 이들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인용했다.8)

 그런데 ꡔ명제집ꡕ에 관한 주해는 단지 ꡔ보고서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ꡔ보고서ꡕ라고 하는 것은 ꡔ명제집ꡕ 2-4권에 관한 주해를 담고 있으며, ꡔ정리집ꡕOrdinatio라고 하는 것은 1권에 관한 주해를 담다. 그리고 뵈너에 의하면, ꡔ정리집ꡕ은 1판과 2판이 있다. 이러한 1판과 2판의 ꡔ정리집ꡕ은 서로 연대기적 차이를 가지며, 그와 함께 그 내용의 차이도 가진다. 그러나 ꡔ정리집ꡕ의 편집자인 갈(G.Gal)은 뵈너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즉 1판이나 2판과 같이 서로 다른 판본을 옥캄이 저술한 것이 아니라, 단지 완전한 판본과 불완전한 판본의 차이로 보는 것이다.9) 하여간 1321년 ꡔ보고서ꡕ 작성 이후 옥캄은 옥스퍼드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이때에 이르러 옥캄은 자신의 대표저작인  ꡔ논리학대전ꡕ(Summa logicae), ꡔ임의토론집ꡕ(Quodlibeta)을 비롯하여 그 외 성체론에 관한 논의들 포함한 여러 저작을 저술한다. 또한 이러한 저술의 연대기적 의미뿐 아니라, 이 시기는 그의 첫 지지자인 위드헴을 만나게 되었다는 의미도 가진다. 또한 그의 냉혹한 비판가인 월터 샤톤(Walter Chatton)을 알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즉 이 시기는 옥캄이 철학적 논쟁을 보다 본격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샤톤은 옥캄의 보편자 이론과 성체에 관한 이론 그리고 양(量, quantitas)에 관한 이론... 등 옥캄 논의의 전반적 내용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건전한 비판은 옥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시기에는 샤톤 뿐 아니라, 리차드 캄프셀(Richard Campsall) 또한 옥캄의 지칭이론과 보편자이론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이론에 관한 논의를 비판한다.10) 이러한 옥캄에 관한 비판은 옥캄의 입장에 변화를 이끌어내었고, 더욱 더 확고한 그의 입장을 다지게 하였다. 이 정도의 논의를 두고도, 우리는 약간의 연대기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초기 ‘대상적 존재’를 주장한 아우레올리와 초기 저작인 ꡔ보고서ꡕ의 관계와 샤톤의 건전한 비판과 후기 저작인 ꡔ논리학 대전ꡕ의 관계에서 초기와 후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뵈너는 전자인 ꡔ보고서ꡕ에는 만들어진 것-이론이 다루어지며, 후자인 ꡔ논리학 대전ꡕ에선 사고행위가 다루어진다고 한다. 

 필자가 앞으로 전개한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의 연대기적 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뵈너는 ꡔ보고서ꡕ의 논의는 초기의 것으로 이는 후기 ꡔ논리학 대전ꡕ에서 거부된 만들어진 것-이론이 등장하며, 반면 후기에 이르러는 초기의 이론이 폐기되고, 사고행위-이론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담스는 과연 초기의 이론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한다. 그녀에 의하면 옥캄은 ‘만들어진 것들’(ficta)으로 대상적으로 존재하는 개별자를 진술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의 제자이며, 비서인 위드헴 역시 그가 그러한 것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전한다고 한다.11) 과연 이러한 아담스의 초기 옥캄에 대한 존재론적 이해가 타당한 것인가? 그러면 뵈너는 그릇된 것인가? 아니면 그 역이 되어야하는 것인가?


3.옥캄 시대의 존재론적 사고

 우리는 옥캄의 ꡔ논리학 대전ꡕ에서 당시 보편자 이론을 정리하여 볼 수 있다.


a)어떤 이는 영혼에 의한 어떤 만들어진 것(fictum)라고 한다. b) 다른 이는 사고행위로부터(ab actu intelligendi) 분리된 주체적으로 영혼 가운데 존재하는 성질이라 한다. c)다른 이는 사고행위라고 말한다.12)


 여기에서 a는 만들어진 것-이론이며, b는 실재론 그리고 c는 실재론적 개념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옥캄이 이해한 당시 보편자에 대한 지형도의 큰 틀이었다. 여기에서 필자는 실재론에 관한 논의는 제외할 것이다.

 옥캄의 전기, 옥스퍼드에 머문 시기 그는 그의 만들어진 것-이론의 틀을 마련해준 아우레올리의 보편자에 관한 존재론적 사고를 알게 되었다. 당시 아우레올리는 볼로냐(Bologna)의 교수였고, 툴루즈(Toulouse)의 교수였으며, 옥캄이 옥스퍼드에 있을 시기엔 파리에서 ꡔ명제집ꡕ를 강의한 인물이다. 그의 보편자에 관한 존재론적 사고는 13세기 말에서 14세기 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개념을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firgmentum 혹은 fictum으로 사용하였다. 이 전용용어는 옥캄의 선구적 인물인 하클레이에게서도 보여지는 것이다. 하클레이는 ’만들어진 것‘으로 개념을 이해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시 ’만들어진 것‘은 존재론적 논의의 핵심에 있는 전문용어였다.

 이들의 해석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ꡔ형이상학ꡕ에서 존재자는 영혼 가운데 있는 것과 영혼 외부에 있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후자는 10가지 범주로 구분되어진다.13) 그리고 전자는 심적 존재로 ‘대상적 존재’이다. 아우레올리의 ‘만들어진 것’은 바로 이 대상적 존재를 의미한다. 아우레올리는 ꡔ명제집 주해ꡕ에서 분명하게 사고된 것(res intellecta)은 ‘대상적 존재’ 혹은 ‘드러난 존재’(esse apparens) 혹은 ‘지향적 존재’(esse intentionale)와 같은 내용을 가진다.14) 이는 우리의 지식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며, 어떤 실재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말’(馬)을 보고 개념을 가진다면, 그 말에 대한 개념은 드러난 존재 혹은 지향적 존재이다. 그리고 실재적 말은 각각의 말로부터 구별되어지는 것이다. 즉 각각의 개별자이다. 그러나 개념으로 말은 모든 말과 함께 드러나는 것이며, 이는 구별되어지는 개별자가 아니라, 하나 보편자이다. 이렇게 드러난 존재로 말은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말과 같다. 그렇다고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모든 말에 대한 하나의 말이란 사고의 대상으로 그리고 지향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서 ‘말’이란 보편자는 단지 모든 말에 대하여 사고의 대상으로 주어진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으며, 주체적인 실재성을 가지지 않는다. 즉 사고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아우레올리의 입장이다. 간단하게 아우레올리에게 관계나 보편자는 단지 대상적 존재이며, 이 세계는 오직 개별자의 세계일뿐이다.15)

 그러나 이러한 만들어진 것-이론은 샤톤에 의하여 비판받는다.16) 그는 옥캄이 옥스퍼드를 떠나 아비뇽에 머물던 수도원에 함께 있었으며, 아우레올리의 영향을 받은 옥캄의 초기 유명론적 사고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옥캄의 후기 존재론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간단하게 ‘만들어진 것’이란 것은 불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보편자에 관한 개념은 아무 것도 아니며, 단지 사고행위라고 설명한다. 그는 개념이란 아무 것도 아니며, 사고행위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행위는 주체적으로 영혼 가운데 존재하는 참된 성질(qualitas)이다.17) 신에게 모든 현실적인 것과 가능한 것 그리고 불가능한 것이 영원으로부터 모두 대상적 존재라면, 이는 신의 지성에 의존한 것이지만, 신의 의지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즉, 신의 권능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의 권능을 제한하는 것은 샤톤에게 불합리한 것이다.18) 샤톤은 ꡔ명제집ꡕ을 강의하고 주해하면서 옥캄의 초기 견해, 즉 개념을 대상적 존재라고 한 것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옥캄의 후기 존재론적 사유에 전환점이 된다.

 이와 같이 옥캄이 살아가던 시기, 아우레올리와 샤톤으로 대표되는 사유는 옥캄과 깊은 연관을 가졌다. 


4.뵈너의 초기 옥캄의 존재론적 이해

 뵈너는 옥캄의 두 ꡔ명제집ꡕ 주해인 ꡔ보고서ꡕ와 ꡔ정리집ꡕ 그리고 여러 아리스토텔레스 주해서에 대한 문헌학적 연구를 통하여 이들이 가지는 연대기적 차이와 그 내용을 구분한다. ꡔ보고서ꡕ는 ‘만들어진 것-이론’을 주장하며, ꡔ정리집ꡕ 2판은 ‘만들어진 것-이론’과 ‘사고행위-이론’ 양자를 모두 검토하지만, 후기인 ꡔ논리학 대전ꡕ에 이르러서는 오직 ‘사고행위-이론’만이 주장된다는 것이 뵈너의 해석이다. 이미 논의한바, 그에 의하면, 옥캄의 초기 존재론적 사고는 아우레올리와 관련된다. 아우레올리는 만들어진 것-이론을 통하여 보편자와 같은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우레올리의 논의는 당시 지도적 논의의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헌적으로 버얼리(Walter Burley)는 자신의 저서에서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의 논의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그의 논의가 다른 이들에 의하여 논의될 정도로 상당히 넓게 알려졌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19) 이러한 아우레올리의 존재론적 입장을 옥스퍼드에 거주한 옥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뵈너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두 철학자의 관계를 초기 저서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아우레올리와의 관계 속에서에 초기 저작인 ꡔ보고서ꡕ에선 보편자를 주체적 존재로 보는 모든 견해를 거부하며,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론’을 매우 긍정적으로 다룬다.20) 이러한 논의는 ꡔ정리집ꡕ 1판(prima redactio)으로 드러난다. 


나는 보편자가 영혼의 내부 혹은 외부에 주체적으로 실재하는 어떤 실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영혼 가운데 대상적 존재(esse obiectum)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한 만들어진 것(fictum)은 대상적 존재로 그 자신의 실재적 존재를 가지는 영혼 외부에 있는 것과 유사하며,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의미하는 것은 이것이다. 영혼 외부의 것을 보는 지성은 영혼 가운데 그것과 유사한 것을 만든다.21)


이 글에서 보편자는 주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만들어진 것’과 같은 대상적 존재로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ꡔ보고서ꡕ와 ꡔ정리집ꡕ 1판의 어느 논의에서도 사고행위-이론을 만들어진 것-이론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자에 관한 입장은 ꡔ자연학에서의 질문들ꡕ(Quaestiones in libros physiorum aristotelis)과 ꡔ논리학 대전ꡕ 그리고 ꡔ임의토론집ꡕ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다. 그곳에선 사고행위-이론이 하나의 대안으로 긍정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22)

 옥캄은 후기 저작의 하나인 ꡔ임의토론집ꡕ에서 다음과 같이 논의한다.


그러므로 나는 제일 지향(intentio prima)과 제이 지향(intentio secunda)이 실재성 가운데 사고 행위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만들어진 것에 호소하는 것에 의하여 보전되어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고 행위에 의하여 보전되어질 수 있다. 만들어진 것과 같은 것에 의하여, 사고 행위는 대상의 유사성이다. 그리고 의미하는 것일 수 있고, 영혼 외부의 것을 지칭할 수 있다. 또 이는 명제 가운데 주어 혹은 술어일 수 있다. 그리고 류 혹은 종일 수 있다.

 이로부터 제일 지향과 제이 지향은 실재적으로 하나의 다른 것으로부터 구분되어지는 것이 명확하다. 왜냐하면 제일 지향은 이해의 행위이고, 이는 기호가 아닌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제이 지향은 제일 지향을 의지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하나의 다른 것으로부터 구분되어진다.

 주된 논의에서처럼 이는 이로부터 제일 지향과 제이 지향은 참으로 실재적 존재자라고 이야기되어지는 것이 명백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참으로 성질(qualitas)이며, 이는 지성 가운데 주체적으로 실존한다.23)


여기에서 옥캄은 분명하게 사고행위-이론을 하나의 대안으로 주장한다. 이에 의하면 단지 대상적 존재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은 주체적 존재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초기의 존재론적 논의와 구별된다. 이와 같은 것은 ꡔ자연학에서의 질문들ꡕ에서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개념을 영혼 가운데 하나의 성질(qualitas)로 다루어진다.


개념은 영혼의 외부에 있는 사물이 아니고, 영혼 가운데 있는 그러한 객체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주체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심적 성질(qualitas mentis)이다.24)


 그러나 초기엔 그렇지 않다. 그는 ꡔ정리집ꡕ에서 개념은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심적 질이 될 수 없고, ‘사고행위-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보편자와 같은 개념은 ‘만들어진 것’으로 대상적 존재만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와 달리 실재적 존재 혹은 주체적 존재를 가진다면, 키메라와 같은 것도 실재적인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초기 옥캄은 ‘만들어진 것-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것’은 어떤 실재적 성질을 가질 수 없으며, 실재적 존재도 가질 수 없다.25)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거부한 논의가 후기에 이르러 적극적으로 수긍된다. 그리고 뵈너는 이러한 입장의 차이를 통하여 옥캄의 저서가 가지는 연대기적 차이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옥캄에 관한 이러한 논의가 오직 뵈너의 것 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드리(R. Baudry)는 의견을 달리 한다. 그의 해석에 의하면, ꡔ자연학 주해ꡕ와 ꡔ논리학 대전ꡕ은 옥캄의 ꡔ명제집ꡕ에 관한 주해 이전에 쓰여진 것이다. 그러나 뵈너는 이들 저서에 관한 문헌학적 논의와 그를 통한 그 내용의 차이를 통하여 새롭게 연대기적 논의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이는 현재 레프(G. Leff) 등을 비롯한 많은 중세 후기 철학 연구가에 의하여 흔히 수용되고 있다.26)        


5.초기 옥캄에 대한 또 다른 이해

 뵈너가 발견한 연대기적 변화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연대기적 변화가 뵈너가 이야기한 그대로 이루어졌는지는 그 이후 꾸준히 의문시 되었다. 아담스는 옥캄의 초기 이론을 만들어진 것-이론이라 부르기보다, 차라리 ‘대상실존-이론’이라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옥캄이 ‘만들어진 것’이란 전문용어로 대상으로 존재하는 개별자를 결코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개별자에 관한 개념은 대상적으로 존재하는 가운데 개별자 그 자체이지,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것이다. 문헌적으로 아담스는 옥캄의 첫 지지자이며, 학생이고, 아마 비서였을 위드헴의 논의도 증거로 제시하며 이 해석의 타당성을 더한다.27)

 ‘만들어진 것-이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대상적 존재이다. 흔히 중세 철학사에서 개념은 대상적 존재이며, 주체적 존재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맥락에서 ‘주체적’이란 것이 의미하는 것은 실체 혹은 질의 범주 가운데 있는 그러한 실재적 존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상적 존재는 영혼 외부의 실재성과 같은 실재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그러나 단지 사고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만들어진 것’은 아우레올리와 같은 이들에게 개념으로 이해되었고, 이는 순수한 대상성 가운데 구성되어지는 것이다.28) 옥캄은 1317-1319년 사이 적은 ꡔ보고서ꡕ에서 이러한 ‘만들어진 것-이론’을 전개한다. ꡔ정리집ꡕ에서 옥캄은 보편자에 관한 개연적인 네 가지 논의를 소개한다.29) 하지만 그는 결정적으로 어느 하나를 고수하진 않는다. 하지만 옥캄은 ꡔ명제론 주해ꡕ(Expositio in librum perihermenias aristotelis)에서 하나의 대안을 선택하며,30) 그가 선택한 것은 사고행위-이론이다. 그가 이러한 과정에서 이해한 ‘만들어진 것-이론’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이미 위에서 설명한 일반적 중세 철학사의 대상적 존재에 관한 틀 속에서 있다. 초기의 옥캄에게 ‘사고되어지는 것’ 즉 사고 대상은 대상적 존재로 주어진다. 흔히 해석되어지길 이러한 대상적 존재는 보편자도 개별자도 모두에게 적용되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사고하면 그것은 사고 대상으로 주어지고, 이렇게 주어진 것은 영혼 가운데 대상적 존재를 가진다. 옥캄은 그의 후기 저작인 ꡔ임의토론집ꡕ 3권 35질문에서 이를 논의한다.


만들어진 것은 인식되어진 정신 외부의 인식도 횜도 아니며, 이 둘이 모두 취해진 것도 아니다. 이는 인식과 사물을 중계하는 제 삼의 것과 같다. 그러므로 사고되어진 만들어진 것이 있다면, 이는 사고되어진 영혼 외부의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에서 내가 “신은 셋이며 하나이다”라고 하는 심적 명제를 형성한다면, 가는 신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만들어진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불합리하다.31)


여기에서 ‘만들어진 것’은 인식과 사물을 중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만들어진 것을 초기 옥캄은 개념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념이란 인식과 사물을 중계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용(龍)과 해태(海苔) 그리고 봉황(鳳凰)과 같은 것을 사고할 때 가지는 것도 하나의 만들어진 것이며 개념이고, 창조 이전 신의 정신 가운데 존재하는 창조물도 개념이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의 존재는 단지 대상적 존재일 뿐이다.32) 왜냐하면 이 모두는 정신에 의하여 단지 ‘만들어진 것’으로 주체적 존재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목수가 집을 표상하듯이 그리고 그 상태에서 집이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단지 목수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듯이 말이다.33) 이와 같이 분명 옥캄은 개념의 존재상태를 대상적 존재로 이해하고, 이에 준한 ‘만들어진 것-이론’을 초기에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논의한 이유만으로 초기의 견해를 ‘만들어진 것-이론’이라 성급하게 싸잡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저 인간은 군인이다”라는 명제를 가정하자. 이 명제에서 ‘저 인간’은 개별자이다. 위의 논리에 의하면, 이 개별자에 대하여 우리가 사고할 때, 우리는 사고 대상으로 ‘저 인간’을 가진다. 즉 주체적 존재가 아닌 대상적 존재로 ‘저 인간’을 개념으로 가진다. 이때 ‘저 인간’은 ‘만들어진 것’인가? 분명 초기 옥캄에게 사고 대상으로 주어진 것은 대상적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과연 이것이 ‘만들어진 것’인가? 즉, ‘만들어진 것’과 ‘대상적 존재’는 항상 동일한 것인가? ‘만들어진 것’이란 실재하는 존재자와 인식 사이의 매개되는 제 3의 것이라고 옥캄은 이해하고 있다. 그에게 대상적 존재는 실재하는 존재자와 대상적으로 존재하는 존재자 사이의 존재론적 언질(ontological commitment)이다. 즉, 이는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존재자에 대한 존재론적 언질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동물이다”라고 할 때, ‘이 사람’과 ‘동물’은 외부에 실재적으로 존재하는 개별자를 지칭(suppositio)할 때, 참이 된다. 반면, “사람은 종이다”라고 할 때, ‘사람’과 ‘종’(species)은 외부의 주체적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신 가운데 대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지칭할 때 참이다.34) 여기에서 외부의 개별자를 지칭하는 ‘이 사람’이나 영혼 가운데 있는 ‘사람’은 각기 다른 것을 지칭하는 대상적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둘이 모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분명 ‘보편자’는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의 제자인 위드헴 이후 줄곧 인정되는 것이다. 보편자란 단지 만들어진 것, 즉 지성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란 말이다. 그러면 개별자에 관한 것도 그러한 것인가?

 문제는 옥캄의 인식론적 논의와 존재론적 논의 사이를 가로지르게 된다. 옥캄에게 보편자는 어떤 식으로든 정신 외부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신 가운데 존재하는 개념일 뿐이다. 이는 초기나 후기나 동일하다. 그러면 개별자는 어떠한 것인가?35) 개별자는 옥캄 철학의 중심에 서 있다. 그에게 개별적 명사(이름)는 단지 하나의 사물에 대한 명사(이름)이다. 그러한 개별자는 지시어와 관련되어 이해되어지는 것이다. 즉 이 인간, 저 인간과 같이 말이다. 이리 본다면, 개별자는 ‘이퇴계’, ‘이 사람’ 등과 같이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자는 옥캄의 인식론에서 직관적 인지(notitia intuitiva)의 대상이다.36) 우리는 직관적 인지를 통하여 소크라테스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동시에 그가 흰다는 것을 인지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명확성을 가진 인식을 가진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희다"에서 소크라세트는 개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참된 명제가 된다.37) 옥캄에 의하면, 직관적 인지로 인하여 한 개별자에 관한 직접적이고 명확한 인식을 가진다.38)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지성은 보편자만을 파악하며, 감각만이 개별자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식은 중세 멀리 알려진 것이었다.39) 하지만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는 1277년 이후 거부되어진다. 단죄는 신은 개별자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이후 많은 철학자와 신학자는 지성이 개별자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하고, 그 절차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는 스코투스와 버얼리 같은 실재론자도 다르지 않았으며, 이러한 개별자 인식의 가능성은 개별자를 중시여기는 철학적 흐름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옥캄의 선구적인 모습을 가진 개념론자로 인정되는 두란두스(Durandus)와 아우레올리가 그러하다.

 옥캄은 이런 시기에 보편자의 존재론과 인식론로 부터 결별하고, 개별자의 존재론과 인식론으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직관적 인지를 가져와 지성의 대상으로 개별자를 등장시킨다. 그에게 감각과 지성은 모두 개별자를 ‘제일’의 대상으로 가진다. 이때 ‘제일’이라고 하는 것은 인식을 요청하는 과정 가운데 우선되어 등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개별자란 것이다.40) 개별자는 정신 가운데 구상물(fictum)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대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개별자 그 자체이다. 캘리(F.Kelley)는 옥캄의 용어인 ‘만들어진 것’은 단지 보편자에 대한 것에 한정된다고 한다. 개별적 대상은 대상적 존재로 주어지지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즉 ‘대상적 존재’와 ‘만들어진 것’은 동일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41) 캘리와 마찬가지로 아담스 역시 초기 견해를 ‘만들어진 것-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에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역시나 옥캄이 개별자를 두고 ‘만들어진 것-이론’과 관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지 대상적 존재이기는 하지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것이다.

 초기를 만들어진 것-이론으로 묶어버린다면, 이는 옥캄의 존재론과 인식론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고의 흐름을 모두 싸잡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만일 그러한 것이라면, 과연 이러한 이름만으로 옥캄의 초기 견해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초기 견해를 ‘대상실존-이론’라고 하자는 아담스의 제안은 긍정적인 것이다. 분명 보편자도 개별자도 모두 만들어진 것은 아닐 지라도 대상적 존재로 주어지는 것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6.옥캄의 변심

 옥캄은 초기 ‘대상실존-이론’을 파기하고, 개념을 주체적 존재를 가지는 ‘심적 성질’이라고 하는 ‘사고행위-이론’으로 맘을 돌린다. ꡔ논리학 대전ꡕ에서 그는 보편자를 여럿에 대하여 서술되어지는 심적 성질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변심을 드러낸다. 그 외 ꡔ명제론 주해ꡕ와 ꡔ자연학에서의 질문들ꡕ에서도 옥캄의 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그의 변심은 왜인가?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냉혹한 샤톤의 비판이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옥캄은 이를 ꡔ자연학에서의 질문들ꡕ에서 적고 있다.42) 한 마디로 ‘만들어진 것’은 필요 이상으로 가정된 존재란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것은 그의 면도날로 베어져야만 했다. 옥캄에 의하면, 신은 그러한 ‘만들어진 것’없이 공통된 사고행위를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사실 경제성 원리와 함께 신의 절대적 권능(potentia absoluta)은 옥캄 철학의 두 기둥이라고 옥캄의 연구가는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옥캄에 관한 이해는 과거 옥캄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옥캄주의자들은 이를 ꡔ신학의 원리에 관한 논구ꡕ(Tractatus de principiis theologiae)에 정리해두었다.43) 그 가운데 면도날로 표현되는 경제성의 원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은 잘려나간 것이다.

 또한 옥캄은 이러한 ‘만들어진 것’ 없이도 충분하게 개념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며, 오히려 이러한 ‘만들어진 것’이 사물의 인식을 방해한다고 까지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성의 원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분명 ꡔ자연학에서의 질문들ꡕ에선 ‘대상실존-이론’을 부정하고, ‘사고행위-이론’을 취한다. 옥캄은 스스로의 경제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대상실존-이론’을 파기하고 사고행위-이론을 취한다. 이리하여 개념은 단지 만들어진 것이나 대상적 존재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행위와 관련된 심적 성질이 된다.44)


7.나가는 말

 뵈너는 ‘만들어진 것-이론’에서 ‘사고행위-이론’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세밀한 문헌의 분석으로 규명하였다. 이는 옥캄에 대한 단 하나의 정의, 즉 ‘유명론’부터 옥캄을 더욱 더 다양하게 바라보는 전환점이 되었다.45) 뵈너는 분명 옥캄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차후 연구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담스와 캘리 등에 의하여 제기되었듯이 옥캄의 ‘만들어진 것’은 보편자에 대한 것에 한정될 뿐, 개별자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타당해 보인다. 개별자와 보편자는 만들어진 것-이론으로 묶일 수 없으며, 단지 대상실존-이론으로 묶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초기 옥캄의 존재론적 사유를 ‘만들어진 것-이론’으로 정의할 수는 없게 된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것-이론’에서 ‘사고행위-이론’으로의 변화를 통한 연대기적 변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상실존-이론에서 사고행위-이론으로의 전환으로 옥캄의 변심을 설명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해로 인하여 우리는 옥캄 존재론의 참 모습을 이해할 길을 마련할 수 있겠다.

 정리하자면, 그의 유명론의 참모습은 개념론이며, 이 개념론은 초기에 ‘대상실존-이론’에서 후기 ‘사고행위-이론’으로 넘어감으로 ‘실재론적 개념론’이라는 후기 존재론적 입장이 분명하게 되는 것이다.


1)  A.Maurer, The Philosophy of William of Ockham (Toronto: PIMS, 1999), 64; R.Wood, "Introdution" In Ockham on the Virtues (Indiana: Purdue University Press, 1997), 29; 현대 형이상학에서의 개념론과 실재론 그리고 유명론에 관한 정의는 D.W. 햄린, ꡔ형이상학ꡕ, 장영란 옮김 (서울: 서광사, 2000), 187을 참고하라.


 

2) Ph. Boehner, "Realistic Conceptualism of William of Ockham" In Collected Articles on Ockham ed. E.M.Buytaert (New York: The Franciscan Institute, 1992(2ed)), 157-174; E.Hochstetter, Studien zur Metaphysik und Erkenntnislehre Wilhelm von Ockham (Berlin-Leipniz: Walter de Gruyter, 1927).


 

3) F. Ehrle, Der Sentenzenkommentar Perters von Candia (Muenster: Verlag der aschendorffschen Verlagsbuchhandlung, 1925), 78-79.


 

4) fictum은 어떤 ‘가상’이나 ‘허상’이 아니라, 동사 fingere에서 파생된 ‘만들어진 것’이란 의미를 가진다. 옥캄의 시대에 fictum이란 영혼 가운데 상(image) 혹은 표상(representation)을 의미한다. 하클레이의 문헌에 의하면, fictum은 ‘제작품’을 의미하는 firgmentum으로 사용된다. cf. Henricus de Harclay, "Question de significato conceptus universalis", ed. G.Gal, Franciscan Studies 31 (1971), 225.


 

5) Ph. Boehner, "Relative date of Ockham's Commentary on the Sentences" In Collected Articles on Ockham, 99-100.


 

6) M.Adams, "Ockham's Nominalism and Unreal Entities" The Philosophical Review vol.86 (1977), 151-152.


 

7) Reportatio는 ꡔ명제집ꡕ에 관한 강의의 보고서이다. 그리고 Ordinatio도 ꡔ명제집ꡕ에 관한 것으로 출판을 준비하는 상태에 놓인 것 혹은 출판을 주문 받는 것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대학에 의하여 복사되었으며, 도서판매가들에게 유포되었다. 실상 Ordinatio는 사전적으로 주문, 약속, 작정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식의 ‘원고’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출판을 위하여 자신의 논의를 정리하였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실상 사전적으로도 이는 ‘정리’라고 의미를 가진다. Langenscheidts Handwoerterbuch Lateinisch-Deutsch (Berlin/Muenchen/Wien/Zuerich/New York: Langenscheidt, 1983), 440. 이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출판을 위하여 자신의 강의로 논의를 정리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8) W. Courtenay, "The Accademic and Intellectual World of Ockham"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Ockham, ed. P.Spad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22.


 

9) G.Gal, "Introductio" (OT. 1, 19-31).


 

10) Ibid., 22-23.


 

11) M.Adams, "Ockham's Nominalism and Unreal Entities“, 151.


 

12) Ockham, Summa logicae pars 1, c.12 (OP.1, 42).


 

13) Aristoteles, Metaphysics 5, c.7, 1017a7-b9.


 

14) Peter Aureol, Scriptum super sententiarum, l.1, d.3, sec.14. (ed. E.M.Buytaert, vol.2: 696, n.31).


 

15) M. Henninger, "Aureoli and Ockham in Relations" Franciscan Studies 45 (1985), 231-244.


 

16) Chatton, “Gualteri de Chatton controversia de natura conceptus universalis" ed. G.Gal, Franciscan Studies 27 (1967), 191-212.


 

17) S.F.Brown, "Walter Chatton" In Routledge Encyclopedia of Philosophy, Version 1.0, (London: Routledge, 1998).


 

18) M.Adams, "Universals in the early fourteenth century" In The Cambridge History of Later Medieval Philosophy, ed. N.Kretzmann et al.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2), 437.


 

19) Walter Burley,on Universals-Berlei super artem veterem porphirii et aristotlis", trans. P.Spade, In History of the Problem of Universals in the Middile Ages: Notes and Texts (1995) at http://pvspade.com/logic/., 111. 


 

20) Ph. Boehner, "Relative date of Ockham's Commentary on the Sentences", 103.


 

21) Ockham, Ordinatio I, d.2, q.8, prima redactio. 필자는 이를 다음의 현대어 번역을 참고하였다. Ockham. Philosophical Writings, trans. & ed. Ph. Boehner (Indianapolis-Cambridge: Hackett Publishing Company, 1990), 41.


 

22) Ph. Boehner, "Realistic Conceptualism of William of Ockham" In Collected Articles on Ockham, 172-174.


 

23) Ockham, Quodlibeta IV, q.35 (OT.9, 475).


 

24) Ockham, Quaestiones in libros physicorum aristotelis q.3 (OP. 6, 403-404).


 

25) Ockham, Ordinatio 1 d.2, q.8 (OT 2, 327-328)


 

26) G. Leff, William of Ockham The metamorphosis of scholastic discourse (Manchester: Manchester University Press, 1977), 81.


 

27) M.Adams, "Ockham's Nominalism and Unreal Entities“, 151; cf. Adam Woedeham, Quaestiones in I Sententiarum, prol. q.6, (cod. Cambridge, Gonville and Caius 281/674, f.126ra).


 

28) Ockham, Ordinatio 1, d.2, q.8 (OT. 2: 274).


 

29) 옥캄이 소개하는 4 가지는 다음의 것이다. 1. 보편자는 사고행위와 동일한 심적 개념이다. 2. 그것은 다수의 개별자를 표상하는 행위를 전재하는 정신 가운데 유사상 혹은 종(species)이다. 3. 그것은 사고작용에 따른 심적 언어(verbum) 혹은 다수의 것에 대한 심적 유사성이다. 4. 그것은 정신 가운데 형성된 대상적 존재 혹은 만들어진 것이다. cf. Ockham, Ordinatio 1, d.2, q.8 (OT. 2: 267-292).


 

30) Ockham, Expositio in librum perihermenias aristotelis, l.1, prol. §3 (OP. 2, 348-349).


 

31) Ockham, Quodlibeta 3, q.35 (OT. 9, 474).


 

32) E.Hochstetter, Studien zur Metaphysik und Erkenntnislehre Wihelms von Ockham, 85.


 

33) Ibid., 86.


 

34) M.Adams, "Ockham's Nominalism and Unreal Entities“, 167.


 

35) A.Maurer, The Philosophy of William of Ockham, 62-89.


 

36) ‘직관적 인지’와 ‘추상적 인지’에 관한 논의는 우선적으로 둔스 스코투스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이는 중세 후기 인식의 문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논의이기도 한다. cf. E.Gilson, Jean Duns Scot (Paris: Vrin, 1952), 544-555.


 

37) E.Hochstetter, Studien zur Metaphysik und Erkenntnislehre, 31.


 

38) Ockham, Ordinatio 1, prol.1 (OT. 1, 31).


 

39) Aristoteles, De anima 2, c.5, 417b;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ae I, q.86, a.1.


 

40) Ockham, Ordinatio 1, d.3, q.6 (OT. 2, 483-521).


 

41) F.Kelley, "Some Observations on the 'Fictum' Theory in Ockham and Its Relation to Hervaeus Natalis" Franciscan Studies 38 (1978), 276.


 

42) Ockham, Quaestiones in libros physiorum aristotelis, q.1 (OP. 6, 397-398).


 

43) Ps. Ockham, A Compendium of Ockham's Teachings - tractatus de principiis theologiae, trans. J. Davies (New York: The Franciscan Institute, 1998), 80-82 이 저서는 옥캄이 직접 저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옥캄의 사상에 관한 매우 잘 정리된 요약서이며, 이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인정되는 사실이다. cf. 질송, ꡔ중세철학사ꡕ, 김기찬 옮김 (서울: 현대지성사, 1997), 680.


 

44) Ockham, Quaestiones in libros physiorum aristotelis, q.6 (OP. 6, 406-410).


 

45) 비록 중세 후기 옥캄주의자를 두고 항론자(terminista)로 불리었다. 1475년 페트루스 니그리(Petrus Nigri)는 옥캄주의자를 두고 개념론자(conceptualista)라고 했다. 그러나 1425년 쾰른에선 유명론자(nominalista)가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다. 이런 다양한 이름 가운데 옥캄주의는 곧 유명론자로 인식되어지게 된다. 19세기 말 철학사에도 옥캄은 유명론자로 정의되고 있다. cf.  F. Ehrle, Der Sentenzenkommentar Perters von Candia, 107 ; A,Stoeckl, Geschichte der Philosophie des Mittelaters 2bd. (Mainz: Verlag von Franz Kirchheim, 1865), 98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