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슬로기온
Proslogion
안셀무스 씀
유대칠 옮김
서론
수도원 몇몇 형제들의 부탁으로, 알지 못하는 걸 홀로 깊이 성찰하면서 탐구하는 이의 편에서 믿음의 근거를 묵상하는 한 가지 예로 그리 길지 않은 책(=모노슬로기온)을 하나 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 책은 여러 논증이 사슬과 같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며, 신의 있음을 논증하기 위해 다른 어떤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 하나의 논증이 과연 있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신은 진짜 있으며, 그는 ‘가장 좋은 분(最高善, summum bonum)’, 즉 그 스스로는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은 있기 위해서 그리고 좋기 위해서 그를 필요로 하는 그런 ‘가장 좋은 분’이며, 우리가 그 신성한 실체(divina substantia)에 관해 믿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신은 바로 그러한 분입니다.
자주 진지하게 저의 생각은 이런 목적으로 이끌렸습니다. 어느 때는 제가 바라고자 한 것을 이미 얻은 것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어느 때는 저의 정신의 시야를 완전히 피해가 버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절망하며 구할 수 없는 것을 구하는 것은 아닌가 포기하려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쓸데없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제가 탐구하여 얻을 수 있는 다른 것을 탐구함에도 방해가 되기에 아예 포기하려 한 겁니다. 그때마다 내키지도 않았고 그것을 피하였지만, 저에게 도리어 더 괴롭히며 강하게 찾아왔습니다. 그런 어느 날 그 괴롬힘에 맞서 매우 지쳐 있을 때, 저의 생각 속 매우 혼란스러움 가운데 제가 포기한 것에 관한 논증이 스스로 드러났습니다. 저는 결렬하게 거부한 그 생각을 이제 열렬히 포용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발견하고 좋아한 것을 두고 제가 글을 적는다면, 몇몇 독자에게 즐거움을 줄거라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신에 관해 묵상함에 온 마음을 다하여 ‘믿고 있는 바를 이성으로 알아듣기 위해 애쓰는 이’로서 이 문제에 관한 여러 생각들과 관련된 다른 생각들을 담아 작은 책을 한 권 내어봅니다. 저의 생각에 이 책이나 위에서 말한 그 책이나 책이라 부를 가치도 없으며, 저자의 이름을 앞세울 가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식으로든 손에 이 책을 든 이들이 이 책을 읽게 할 제목도 없이 책을 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은 앞의 책은 ‘신앙의 근거를 묵상하는 하나의 예(Exemplum meditandi de ratione fidei)’라고 하고, 뒤의 책은 ‘알기를 추구는 믿음(Fides quaerens intellectum)’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이런 제목으로 이 두 책을 베껴 썼기에 많은 이들이, 특히 리옹의 대주교이며 갈리아의 교황청 대사인 후고 대주교께서 이 두 책에 나의 이름을 넣으라 직접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적절하게 저는 앞의 책을 ‘모놀로기온’, 즉 ‘홀로 하는 말(soliquium)’이라 이름 붙이고, 뒤의 책을 ‘프로슬로기온’, 즉 ‘상대방에게 하는 말(alloquium)’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Prooemium
Postquam opusculum quoddam velut exemplum meditandi de ratione fidei cogentibus me precibus quorundam fratrum, in persona alicuius tacite secum ratiocinando quae nesciat investigantis edidi: considerans illud esse multorum concatenatione contextum argumentorum, coepi mecum quaerere, si forte posset inveniri unum argumentum, quod nullo alio ad se probandum quam se solo indigeret, et solum ad astruendum quia Deus vere est, et quia est summum bonum nullo alio indigens, et quo omnia indigent ut sint et ut bene sint, et quaecumque de divina credimus substantia, sufficeret.
Ad quod cum saepe studioseque cogitationem converterem, atque aliquando mihi videretur iam posse capi quod quaerebam, aliquando mentis aciem omnino fugeret: tandem desperans volui cessare velut ab inquisitione rei, quam inveniri esset impossibile. Sed cum illam cogitationem, ne mentem meam frustra occupando ab aliis, in quibus proficere possem, impediret, penitus a me vellem excludere: tunc magis ac magis nolenti et defendenti se coepit cum importunitate quadem ingerere. Cum igitur quadam die vehementer eius importunitati resistendo fatigarer, in ipso cogitationum conflictu sic se obtulit quod desperaveram, ut studiose cogitationem amplecterer, quam sollicitus repellebam.
Aestimans igitur quod me gaudebam invenisse, si scriptum esset, alicui legenti placiturum, de hoc ipso et de quibusdam aliis sub persona conantis erigere mentem suam ad contemplandum Deum et quaerentis intelligere quod credit, subditum scripsi opusculum. Et quoniam nec istud nec illud, cuius supra memini, dignum libri nomine aut cui auctoris praeponeretur nomen iudicabam, nec tamen eadem sine aliquo titulo, quo aliquem, in cuius manus veniret, quodam modo ad se legendum invitarent, dimittenda putabam: unicuique suum dedi titulum, ut prius Exemplum meditandi de ratione fidei, et sequens Fides quaerens intellectum diceretur. Sed cum iam a pluribus cum his titulis utrumque transcriptum esset, coegerunt me plures, et maxime reverendus archiepiscopus Lugdunensis, Hugo nomine, fungens in Gallia legatione Apostolica qui mihi hoc ex Apostolica praecepit auctoritate, ut nomen meum illis praescriberem. Quod ut aptius fieret, illud quidem Monologion, id est soliloquium, istud vero Proslogion, id est alloquium, nominavi.
유대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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