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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생존기

나의 시선도 시선이다.

중세철학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당연히 오캄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복수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런 복수의 시선들이 존재하는 곳을 좋아한다. 하나의 시선만이 강요받는 곳에 고전에 대한 학문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고전은 고전이란 사고의 장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나름의 논리 구조물을 만드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세철학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 서로 다른 시선들이 당연히 존재하고, 그 당연히 존재하는 다양한 시선들은 저마다 나름의 합리적인 논리 구조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를 논박하면 그만이다. 

나도 나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 시선 속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도 오캄도 그냥 철학자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누군가를 절대적인 승자로 보지 않는다. 그들 나름의 철학적 이유 속에서 나름 자신의 논리와 필요의 조건 속에선 각자로 승자일 수 있겠다. 누군 한 사람이나 어떤 부류의 철학을 절대적인 승자로 보는 식의 시선은 나와는 맞지 않다. 조금 거리감을 두고 보는 편이다. 누군가의 해석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조금은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시선이 강요되고 그 시선의 외부로 조금만 벗어나도 무시를 하거나 잘 몰라서 그런 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기 길을 가면 된다.
여전히 중세철학이 철학의 역사에서 근대보다 더 깊은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는 그렇게 조화되기 힘들다. 나의 눈에 중세나 근대나 다 그 시대의 산물이다. 그 시대의 고민이다. 더 영적이라서 좋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 더 합리적이라거나 더 현실적이란 이야기는 조금 웃긴 시선이란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현대의 지제크나 근대의 스피노자나 중세의 오캄이나... 그냥 그 시대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고민을 그 자리에서 한 사람이지 누가 더 진지하고 영적이고 혹은 파괴적이고 더 학문적이고 현실적이고 등의 수식어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외국 연구가들의 시선들에 감탄하는 사람도 아니다. 솔직하게 그 사람이나 나나 결국은 일대일도 서로 마주하는 존재일 뿐이다. 내가 그들보다 특별히 더 무식하다거나 돌대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해석도 다양한 다수의 해석 가운데 하나다. 나의 시선이 아무리 수준 이하의 것으로 여겨지고 무식한 것이라고 여겨져도 말이다. ㅎㅎ
적어도 나란 주관의 세계에서 나의 시선은 외국의 어떤 시선보다 더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입을 열고 펜을 드는 것이다.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