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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고개넘기/허수한국학연구실의자리

영양 서석지, 신선의 세계를 담다

영양 서석지, 신선의 세계를 담다.


허수 유대칠 씀





영양에 있는 서석지는 퇴계학파의 문인인 정영방이 광해군 5년, 서기 1613년에 만든 연못과 그 주변의 정자와 정원을 두고 부르는 말이다. 서석지라는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 주일재, 수식사, 남문 등이 있으며, 그 가운데 경정은 큰 대청과 2개의 방이 있는 정자다. 그 가운데 '운서현'이란 현판이 걸려있으며, 여러 문인의 글이 함께 걸려있다. 서석지라는 연못은 작은 우주 혹은 신성의 세계다. 








연못쪽으로 돌출한 석단에 사우단을 만들고 그곳에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를 심었다. 결국 연못이 그 사우단을 감싸는 형태다. 연못을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면서 나온 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땅아래 돌들이 연못 위의 섬과 같이 드러나있다. 그 돌은 다시 말하지만,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못 위로 드러난 것이다. 자연 가운데 있던 것을 그저 인간을 땅을 파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둔 것이다. 이렇게 돌들이 드러나자, 이를 서석군, 즉 상서로운 돌의 모임이라 하였다. 서석군이란 이름에서 서석지라고 연못의 이름이 나왔다. 이 서석지를 만들며 나온 돌들은 하나 하나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냥 돌이 아니라, 정영방의 철학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 돌의 이름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륜석(垂綸石), 어상석(魚牀石), 물결을 쳐다보는 돌이라는 관란석(觀瀾石), 꽃과 꽃을 감상하는 돌이라는 화예석(花蘂石), 상서로운 구름의 골이라는 상운석(祥雲石), 학의 머리를 두른 구름이란 의미의 봉운석(封雲石), 문드러진 도끼자루라는 난가암(爛柯岩), 신선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통진교(通眞橋), 둘로 갈려져 물이 떨어진다는 분수석(分水石), 못 속에 웅크린 용이란 와룡암(臥龍巖), 갓 끈 씻는 바위라는 탁영반(濯纓盤), 바둑을 두는 도리라는 기평석(棊坪石), 신선이 노는 돌이라는 선유석(僊遊石), 눈이 내리는 징검다리라는 쇄설강(灑雪矼), 나비가 노는 돌이라는 희접암(戲蝶巖) 등의 이름을 지녔다. 


서석지는 그냥 연못이 아니다. 우주다.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며,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신이 다른 존재인가, 연못을 통하여 자연과 하나되는 그것이 신선계가 아닌가 말이다. 그냥 땅을 파서 나온 돌을 그대로 두고 그 자연의 드러남 앞에 우주를 담은 정영방에게 이 서석지는 그 자체로 우주이며, 수양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나의 외갓집과 가깝다. 외가인 영양 청기엔 서석지와 다른 청계정이 있다. 청계정에 대한 글과 사진도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