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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고개넘기/허수한국학연구실의자리

미수 허목 선생의 학자에게 답함 (기언 1권 상편) 실재 행동에서 그 이치를 먼저 구할 때 지식과 실천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미수 허목 선생의 학자에게 답함 (기언 1권 상편) 실재 행동에서 그 이치를 먼저 구할 때 지식과 실천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미수 허목 선생의 학자에게 답함 (기언 1권 상편)

"학문을 함에 있어 큰 병폐가 있으니 그것은 맘대로 단계를 지키지 않고 건너뛰고 억지로 이를 조장하여 보다 빠르게 결과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사심이 앞서기 때문이며, 이와 같이 사심이 앞서서는 올바르게 학문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그 본래 실체가 허(虛)하지만 그 이치는 실(實)합니다. 감응하고 소통함이 무궁한 것이 모두 실한 이치인 것입니다. 허는 실의 체(體)이고 실은 허의 용(用)입니다. 

 

기(氣)는 이(理)의 기이고 이는 기의 이입니다. 하늘의 이치에 밝으면 그 기가 넓어(浩然)지지만, 하늘의 이치에 어두우면 기가 충만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 밖에 기가 없고 기 밖에 이가 없습니다.

 

생각이 어지러울 때 경(敬)하지 않으면 어떻게 안정할 수 있겠습니까. 경한다는 것은 하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나에 집중하면 생각은 자연히 고요해집니다.

 

학자는 어찌하든 인간의 실재 행동(人事)에서 그 이치를 구해야 합니다. 그리 한 뒤에야 지(知)와 행(行)이 함께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재적인 행동에 대한 공부가 지극하기도 전에 먼저 인성(人性)과 천명(天命)의 근본부터 찾는다면 근본이 서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도 완전해지지 않아서 진실한 마음을 얻어도 곧 잃게 되니, 오히려 마음만 더 혼란스러울 뿐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그 단계를 함부로 건너뛰어 고원한 경지를 엿보아서도 안 됩니다. 샘이 졸졸 흐르기 시작하고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데서 자연의 순서를 볼 수 있습니다."

 

 

 

미수 선생의 글입니다. 학문을 함에 있어서 학문이 어찌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실재 인간의 행동으로 체험하여 그 이치를 구해야 한다. 그냥 이론을 들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재 행동에서 그 이치를 구해야 한다. 그런 뒤에서 지식과 실천 이 두 가지를 모두 진보시킬 수 있다. 조선의 선비가 이리 말하는데, 어찌 21세기 우리 지식인들은 스스로 지식과 실천으로 무장한다하지만 그 실재 행동에서 그 이치를 구하지 않으니 실채의 아픔을 온전히 담은 이론도 실천도 나올 수가 없는 듯 하다.

 

2015년 7월 25일 오캄연구소 유대칠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