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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생존기

"나는 날 깊이 들여다보았다." 유대칠의 독후감

“나는 날 깊이 들여다보았다.”
(ἐδιζησάμην ἐμεωυτόν.)
 
유대칠의 독후감
 
야, 나 요즘 계속 고민했어.
철학이란 게 뭘까.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걸까.
많은 철학자들이 저마다 정의를 내렸지.
어떤 사람은 철학이란 건 존재의 본질을 묻는 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따지는 거라고도 해.
또 누군가는 단지 의심하는 능력이라고 하기도 했고.
근데 그 많은 정의들 사이에서
나는 좀 더 내 자리에 맞는 답을 찾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만난 철학자들,
내가 읽은 책들, 내 머릿속을 지나간 질문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곱씹어봤지.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철학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그냥 ‘생각하는 거’ 정도가 아니라,
진짜 내 안을 찬찬히, 아주 깊이 파고드는 거지.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단순히 골방에 틀어박혀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란 말이 아니야.
철학은 항상 관계 속에서,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야.
나 혼자만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
그리고 이 커다란 우주 질서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거지.
때로는 그 질문이 되게 아파.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면
부끄러운 기억들, 피하고 싶은 감정들,
내가 애써 외면하던 모습들이 떠올라.
근데 바로 그게 철학의 힘이야.
그 부끄러움을 무시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거.
철학은 그래서 나에게 이런 거야.
나를 문제 삼는 거.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내가 믿는 건 진짜로 옳은 걸까?”
이런 질문들을 차갑고도 정확하게 던져보는 거야.
내가 내 편이라서 봐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하게,
더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는 거지.
그런 맥락에서 헤라클레이토스의 말,
“나는 날 깊이 들여다보았다(ἐδιζησάμην ἐμεωυτόν).”
이 말이 확 와닿았어.
그 말은 그냥 자기 안을 본다는 말이 아니야.
그건 철학이 뭔지를 아주 짧지만 정확하게 보여주는 말이야.
세상을 향해 말하기 전에
먼저 자기를 향해 질문하는 태도.
그게 철학이란 거지.
그러니까 철학은,
먼저 나를 묻는 거야.
그리고 그 물음을 통해
내가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더 분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인 거지.
그래서,
철학이란 건 결국
“나를 깊이 묻는 일”이자
“그 물음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너도 언젠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될 거야.
“나는 누구인가” 하고.
그게 철학의 시작이야.
 
2025.05.01
유대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