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없지 않고 있는가, 나는 이 물음을 오래 붙잡았어. 하지만 형이상학 속에서 고민하면 할수록 끝없는 관념 위에 또 관념만 쌓이더라. 머릿속에서야 멋진 논리 같아도, 현실을 딛고 따져보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 특히 나는 물리학을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도 현대 물리학을 아주 조금이라도 공부해보니, 비록 초급 수준이라도 왜 없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가설 형태로나마 주어졌고, 그건 꽤 시원했어. 신비나 초월 같은 말이 굳이 필요 없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런 이론보다 신비와 초월이 깃든 관념의 건축물을 더 갈구하는 것 같아. 내 눈엔 그 벽돌 하나하나가 상상으로 쌓인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지. 나는 더 치열하게 공부해서, 그 신비와 초월의 언어들을 하나하나 씻어낼 거야. 그리고 깨끗해진 자리 위에, 내 형이상학을 다시 세워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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