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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장의 생존기

철학과는 더 많이 사라지겠다. 버려진 우리를 위한 철학이 필요하겠다.

이제까지 사라진 철학과는 아마도 대부분 지방대 철학과일 거다. 

내가 다니다 사라진 철학과도 그랬다.

학생이 적게 입학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던 시기다. 

대략 20여 년 전이니 말이다.

그냥 철학과를 없애도 돈이 되는 학과와 학부를 더 만들었다.

대학도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이다.

가난한 나라 유학생을 데려와 

등록금을 내라며 

노동을 시킨 대학과 관련된 뉴스를 봤다.

방식이 다를 뿐

대학이란 이렇다.

돈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학생이 줄어든다.

수도권 대학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겠지만

지방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돈이 되지 않는 학과

사람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과

이런 학과를 줄일 거다.

당연히 

철학과는 1순위다.

국공립을 제외하면

지방사립대는 점점 더 힘들 거다.

이곳의 철학과는 

이제 마지막에 서 있을 거다.

나는 오늘 저녁에도 철거 현장에 출근한다.

기쁜 일이다.

오늘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철학 공부를 27년이나 해도 

대학 밖으로 나오면 그렇게 할 일이 많지 않다.

특히 나와 같은 이는 말이다.

라틴어를 한다고 해서 

대학 밖에서 할 일도 없고

고전을 읽었다고 해도 

대학 밖에서 할 일도 없다.

종교라도 있으면 그 종교의 인문학 관련 강의를 하겠지만

나는 그런 복도 없다.

결국 

폐과된 철학과 출신의 나는 철거 현장에서 일하며 산다.

뭐. 행복하게 산다.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앞으로 철학과가 문을 닫으면 

어쩌면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아질지 모른다.

수도권 대학 출신이라 

그것 하나도 내가 사는 시골 작은 마을에 오면 작은 공부방이나 학원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면 참 힘들다.

힘들다.

철학과는 버려졌다.

그런데 버려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심지어 철학교수도 말이다.

나는 그 버려진 곳에서 

버려진 애씀...

어쩌면 쓸모없는 애씀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철학과는 더 많이 사라지겠고

어쩌면 나와 같은 이들이 더 많아지겠다...

기운내시라...

나도 기운내고 있으니...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철학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철학은 그렇게 고상한 것도 아니고

고상할수록

우리 삶에 변 도움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다.

어쩌면 우린

이렇게 버려진 자리

바로 이 자리에서

버려진 우리를 위한 철학을 만들어가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