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젠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 계곡에는 아홉 구비(九曲)의 아름다운 경치가 있다. 약 8㎞ 정도 길이의 아홉 계곡을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 하며, 그 각각을 승진동(升眞洞), 옥녀봉(玉女峯), 선기암(仙機巖), 금계암(金鷄巖), 철적정(鐵笛亭), 선장봉(仙掌峯), 석당사(石唐寺), 고루암(鼓樓巖), 신촌시(新村市)이라 한다. 1183년 '주희(朱熹, 1130년~1200년)'는 다섯 번째 계곡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이듬해「무이구곡도가(武夷九曲圖歌)」를 썼다. 무이산의 아홉 계곡, 즉 무이구곡은 주희가 아름답다고 한 공간, 주희가 머문 공간, 즉 주희의 공간, 즉 주자학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년~1620년)는 자신의 머물던 성주 가야산 북쪽 대가천의 아홉 계곡을 '무흘구곡(武屹九曲)'이라 했다. 그리고 스스로 무흘구곡 가운데 하나인 만월담 인근에 '무흘정사(武屹精舍)'를 지었다. 마치 주희가 '무이정사'를 지었듯이 말이다. 정구 선생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달성군 서재의 금호강 건너편에 거하며 제자를 양성하기도 하였다. 그곳에 살 때 그는 그곳의 이름을 '사수'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그 이름도 공자가 살던 곳의 두 강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에서 따왔다. 공자가 그 두 강 사이에서 제자를 양성하였듯이 그도 사수의 인근에서 제자를 양성한다는 뜻도 되지만 공자의 자리에 대한 그림과 동경이 없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경남 영산 영축산의 통도사(通度寺)를 보자.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은 싯다르타 부처 당시 마가다국의 왕사성 동쪽의 산 이름이다. 그곳에서 싯다르타는 제자에게 설법하였다. 즉 그곳은 싯다르타의 가르침이 있는 곳이다. 그 유명한 불화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영산회상'은 좁은 의미에서 해석하면 영축산(靈鷲山)에서 석가모니가 『법화경(法華經)』을 설한 법회를 뜻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린 것이다. 그 산을 싯다르타의 가르침의 공간인 영축산이라 한 것은 싯다르타 가르침의 공간에 대한 간절함, 즉 그의 사상과 깨우침에 관한 간절함일 것이다. 그리고 통도사는 바로 그 도, 즉 깨우침의 공간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통도'라는 이름을 가진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간절히 깨우침의 공간을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가 주희의 공간이고, 여기가 공자의 공간이며, 여기가 싯다르타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여기는 주희와 공자 그리고 싯다르타의 공간, 그 중심의 변두리가 아닌 여기도 여기대로 중심으로 있길 바라는 마음이 그렇게 드러난 것으로 본다. 서양도 비슷하다.
서쪽의 유일한 질서 유지자이던 서로마제국이 사라지고 거대한 도시 중심의 문화는 사라졌다. 도시를 향한 길들은 힘을 잃어가고, 작은 단위의 중심들이 만들어졌다. 평등한 작은 중심의 소통으로의 길이 아닌 제국의 중심과 그 중심의 변두리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는 사라져가고 이제 점점 평등한 다수의 중심들이 서로 소통하는 길이 등장하였다. 과거 로마제국의 시대, 농민의 잉여생산물로 제국을 유지하기보다는 전쟁으로 제국을 유지하고 확대하였다. 그런 구조는 중심과 변두리의 위계적 구조가 수월하다. 그러나 점점 이러한 위계적 질서는 무너진다. 제국이 사라진 이후 거대한 도시는 오히려 약탈하기 좋은 곳이 되어 버렸다. 이제 작은 단위의 지역 권력자가 자신의 영역 속에서 농민의 잉여생산물을 가져가며 자기 자리를 유지하였다. 그와 동시에 농민은 제국의 질서 사라진 혼란 속에서 보호를 받았다. 이렇게 작은 중심지가 여기저기 생긴다. 이제 그 하나하나는 저마다 자기를 중심에 두고 종종 어느 곳들은 성유물을 먼 곳에서 가져와 과거 도시의 성당을 원형으로 한 성당을 세워 그곳에 두고 자기 지역의 성지를 만들어갔다. 즉 자신의 공간이 성지의 변두리가 아닌 성지로 만들어간 거다. 굳이 지금과 비교하자면, 굳이 멀리 이스라엘까지 사러 예수의 공간에서 십자가의 길을 걸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의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수도원은 고대 철학과 신학의 문헌을 보관하는 곳이 되어 사상적으로 자신들이 변두리가 아닐 수 있게 하였다. 이제 각각의 지역, 그 작은 중심은 그리스도교라는 하나의 거대한 질서, 즉 대우주 속, 작은 질서, 즉 소우주로 존재하게 되었다. 중심의 변두리가 아닌 작은 중심이 된 거다.
한강 정구는 지금의 성주와 서재와 사수동 일대를 주회와 공자를 공부하는 이들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이 되게 하려 했다. 그곳 자체를 주희와 공자의 공간으로 부르며 말이다. 마음만은 주희와 공자와 더불어 있지 자신은 변두리에 있지 않다. 통도사에서 수행하는 스님 역시 자신이 있는 공간을 싯다르타의 공간, 그 공간의 변두리라 생각하지 않고 그곳을 중심이라 여기며 수행할 거다. 제국이 사라진 서유럽, 그들도 서서히 자신의 공간이 작은 중심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작은 중심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 소통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한 '상업'과 상업 발달로 가능한 '도시'와 도시를 배경한 '대학'의 시대가 다가오며 서서히 대우주 가운데 소우주, 보편 가운데 개체로의 사고보다 소통하는 서로 다른 다수의 개체라는 생각이 커져가고 그렇게 한 시대로 마지막을 향해 가는 것 같다.
2023년 3월 7일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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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PR의 시대라니... 이렇게 저를 소개해 봅니다.
저의 책 <신성한 모독자>(추수밭, 2018)은 한겨레 신문 등에 소개되었고, 그 책을 들고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철학사>(이상북스, 2020)은 한겨레 신문, 서울신문, 교수신문 등에 이 책과 관련된 그리고 저의 철학 하는 삶과 관련된 인터뷰 기사가 소개되기도 하였고, 그 이외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 많은 신문에서 저의 책 <대한민국철학사>를 소개하였고, 소설가 장정일 작가님의 서평으로 <시사인>에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외 2021년 인문사회과학 추천도서에 추천되었고,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청년 위한 100권의 책' 가운데 인문 분야 20권에 선정되었습니다. 2019년 청주 대성초등학교 학부모 철학 강좌, 2019년 광주 시민자유대학에서 중세철학 강좌를, 2019년 경향신문의 시민대학에서 중세철학을 강의했고, 이후 여전히 중세철학을 연구하며 동시에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을'이란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가톨릭 일꾼'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 함석헌 철학에 관한 고민을 <씨알의 소리>를 통하여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중세 신학과 철학을 그리고 우리 시대를 위한 철학을 위해 애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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