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대화편 사본 가운데 가장 오랜 것은 아마도 9세기에서 10세기의 것으로 안다. 이 수사본은 흔히 '중세 수사본'이라 불린다. 시기적으로 보면 중세에 만들어진 것이 맞다. 헬라어로 된 이들 수사본은 몇몇 도서관과 기관에 소장 중인 것으로 안다. 예를 들어, 바티칸 도서관과 파리의 국립 도서관 그리고 런던의 브리티시 도서관과 같은 곳 말이다. 이들 중세 수사본이 플라톤의 대화편의 원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은 것으로 여겨진다면, 이는 당연히 플라톤의 철학으로 접근하는 아주 중요한 자료다. 플라톤은 자신의 정신을 따로 다른 장치에 담지 않았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영화 '루시'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지적 내용을 usb에 남은 것과 같이 따로 담지 않았으니 이들 중세 수사본이 가장 소중한 플라톤 철학으로의 접근로가 될 거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사본 가운데 현존 하는 가운데 오랜 것은 10세기의 것으로 안다. 지금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 중이며 흔히 Parisinus Graecus 2670라고 부르는 것으로 안다. 이는 파리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과거 10세기 비잔틴제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유사한 시기의 형이상학 사본이 있지만 사실상 Parisinus Graecus 2670을 가장 오랜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사본으로 본다. 그 이전의 형이상학을 우린 알지 못한다. 이런저런 인용과 언급 그리고 논의는 있지만 온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지 거의 1500년 정도가 지나서 만들어진 것이 전부다. 플라톤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오랜 시간 지나 만들어진 사본으로 우린 플라톤의 대화편을 만나야 한다. 플라톤의 글은 한 편이 다양한 이야기가 혼재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같은 책은 사실 그 가운데 다양한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고 때론 읽기 매우 불편하다 생각할 만큼 무엇인가 이상하다. 그렇게 이상하니 근대의 수아레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으론 형이상학 교육이 힘들고 자신이 새롭게 형이상학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말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을 읽으면 중중 이상한 상상을 한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을 읽을 때면... 이게 정말 아리스토텔레스 그 자신의 것일까... 그의 강의를 들은 어느 제자의 기록을 그의 제자가 다시 적어가면 만들어진 건 아닐까...
나와 같은 우둔한 자보다 더 대단한 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니 무엇이라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하여간 고대 철학의 많은 것을 상상에 영역이 큰 것 같다. 추정이란 것도 결국 상상의 한 종류 같고 말이다. 그냥 내 눈 앞의 글을 이런저런 이야기 없이 읽어내려가는 편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어쩌면 그 시절 그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잘 모르지만 지금 내 눈앞에 놓인 이 글에 담긴 X의 생각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그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그냥 가장 그럴듯한 상상인 것 같다.
유대칠 씀
2023년 0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