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조언이란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원칙상 아예 하지 않는다인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씩 조언을 해버리고 만다. 조언이란 말은 아직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 만큼 무엇인가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열심히 하라는 말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학문적인 것 말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도울 수 있지만... 그런데 그런 청을 하는 이는 없다.
요즘 들어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독학의 삶을 살았다. 철학과가 사라졌을 때도 그랬고 그 이전도 그랬다. 내가 준비하고 내가 읽고 내가 정리하고 말이다. 그러다 세상에 나와 보니... 종종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나는 아직도 돌도끼 전투법을 혼자가 연습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입을 열면 열 수록 조롱 당하기 쉽다. 그래도 돌도끼가 그냥 뽕망치로 바꾸면 마을 사람들끼리 재미나게 즐기기는 좋다.
나는 그 정도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키케로를 혼자서 읽는다. 중세신학 책은 대부분 교재 같아서 살아있는 사람의 대화같은 느낌이 없다. (이런 말도 조롱 당하기 쉽다. 그냥 나의 개인 느낌이다.) 그런데 키케로의 글을 읽으면 조금 다르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많이 읽었지만... 사실 읽었을 뿐이지 내가 플라톤에 관한 전공자에 비해 보면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긴 시간 공부해도 중세 후기 조금 아는 정도... 그것도 아주 많이 조금... 그러니 더 입을 다물게 된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그리고 겸손히 산다. 사실 겸손하다고 말해도 아직 겸손한 사람을 본 일이 거의 없다. 나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니 ... 그냥 침묵해야지...
나는 입이 있지만 내 입을 향한 귀는 없는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지구에 수는 많지 않아도 나를 향한 귀가 있기에 열심히 산다. 부끄럽지 않으려... 그 정도가 딱 나의 쓸모인듯 하다.
내가 만든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싸게 부속 구해 만든 이 스피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엘가의 선율... 비싸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 열심히 하며 나의 영혼을 안아주는 이 스피커 같은 철학노동자... 나는 그 정도면 딱 좋겠다.
2022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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