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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의자리

수아레즈는 수아레즈다. 그에게 어디있는지 묻지 말자!

수아레즈는 근대철학자인가 중세철학자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물음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많은 이들을 이를 묻고 답하고 있다그것은 수아레즈라는철학자가 살아간 시기즉 1500-1600년이란 시기가 후기 중세와 초기 근대의 교량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Understanding Scholastic Thought with Foucault(1999)에서 로즈맨(Rosemann)은 그를 근대철학자로 본다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된 연구를 이어가는 세일즈(V.Sales)는 수아레즈는 중세철학으로 분류한다중세 철학의 방법론인 의문(quaestio)과 주요한 철학 개념인 존재의 일의성(univocas) 그리고 형상적 개념(conceptus formalis)을 언급하며 근대가 아닌 중세에 수아레즈를 편입시킨다

그러나 로즈맨은 수아레즈가 '의문'의 방식으로 전개하는 철학의 방법론을 포기했다 한다하지만 세일즈는 이를 두고 의문을 방식을 포기한 것은 수아레즈가 처음이 아니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15세기 살라망카 대학에서 relectio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저술이 이미 있었고즉 의문(quaestio)의  방식은 이어지고 있었다는 식이다이어서 수아레즈의 대표작인 <형이상학 논고>(Disputationes metaphysicae 1597)의 내용은 이미 '의문'의 방식이 녹아내린 틀 위에서 구성되었다고 한다

20세기 들뢰즈와 같은 이도 언급하는 존재의 일의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쉽지 않다. 17세기 스코투스주의자인Bartolomeo Mastri 수아레즈를 존재의 유비성이 아닌 일의성으로 주장한다그러나 세일즈는 수아레즈 존재의 이해의 뿌리는 일체의 모든 존재가 신에 의존한다는 구조 속에서 일의성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필자 역시그의 <형이상학 논고> 통하여 그의 존재론적 입장을 존재의 일의성으로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음을 읽었다그렇다고 수아레즈는 그저 중세의 철학자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수아레즈는 중세까지 사물 그 자체를 나태나는 형상적 개념이 아니라인간 정신에서 사유되는 것으로 형상 개념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중세와 다르다이것은 이후 사유에서 존재를 이끈 데카르트의 근대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하며철학사에서 이후 칸트 철학의 등장을 알리는 어떤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세로만 부를 수도 없다수아레즈는 그냥 수아레즈다근대라는 시기를 살며 근대의 철학적 문제에 반응하였지만그 철학의 뿌리는 전통에 두고 있으며그 전통이란 소재로부터 또 다른 고유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간 인물이다수아레즈는 그냥 수아레즈다.

그의 이후 전개되는 볼프와 바움가르텐 그리고 칸트의 철학이 그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으나 수아레즈 자신도 13세기 이후 성립된 철학적 전개, 즉 강의 헨리와 둔스 스코투스로 이어지는 철학적 사유의 전개와 무관하징지 않으면 그 연장선에 있다. 초월개념과 형이상학의 대상 문제 그리고 개체화의 문제에서 이러한 수아레즈의 철학사적 특징을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rea와 actus 그리고 ens의 관계, 수아레즈는 여기에서도 과거에서 미래에서 이행하는 자연스러운 철학사의 연속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준다. 그는 바로 그런 철학자다. 즉 수아레즈는 그냥 수아레즈다. 그에게 더 이상 너는 어디에 있는지 묻지 말자. 


유대칠 정리


참고문헌

Victor Sales "Francisco Suarez : End of the Scholastic ἐπιστήμη?"inFrancisco Suarez and His Legacy : The Impact of Suarezian Metaphysics and Epistemology on Modern Philosophy , ed. by Marco Sgarbi, ed. (Milano : Vita e Pensiero 2010)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