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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보기/철학 인터넷 강의

인간은 원래 가난하다. 가난한 존재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2부의 1을 읽다가...

인간은 무한하게 무엇인가를 희망한다. 자신이 한 없이 많이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맞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가난한 존재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났다. 그래서 그 가난을 채우려 애쓴다. 욕심을 낸다. 하지만 그 무한한 결핍을 인간 삶의 단편적인 욕심으로 채워질 수 없다. 권력이 있다고 채워지지 않는다. 미남이라도 미녀라고 채워지지 않는다. 맛난 것을 먹는다고 채워지지 않으며 돈을 가지고 있다고 채워지지 않는다. 인간 존재 자체는 무엇으로도 그 가난을 채울 수 없는 존재다. 더 많이 가지려 하면 누군가를 빼앗겨야 한다. 그에겐 불행이 시작된다. 그 불행이 다시 서로의 미움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나누어지고 부서진다. 저마다 외로운 존재들은 서로에 대한 어떤 책임감도 없이 자신의 것만 더 챙기려 애쓴다. 그럴 수록 더 서로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무관심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2부의 1 행복에 대한 것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면 우주의 모든 본성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자리에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내가 부족한 것은 옆의 이웃을 채워주고 이웃이 부족한 것은 내가 채워준다. 서로들의 몫에 충실하면 이를 더욱 더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기 위해 질서를 정하고 서로의 자리를 지켜주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몫을 수행한다. 이렇게 서로 서로의 몫에서 서로의 좋음을 유지하면 굳이 타인의 몫을 욕심내지 않고 우리의 좋음을 이룰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개별적 좋음은 우리의 본질적 가난을 채울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어느 하나 빼짐 없이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하느님이 보기 좋다 한 존귀한 존재다. 굳이 하느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 그 존귀함은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주어진 것에 큰 욕심 내지 않고 충실하면 나만 행복하고 남은 불행함이 아니라 조금씩 우리의 행복 우리 모두의 행복을 이루게 된다.
욕심 많은 세상... 서로 미워하는 세상...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2부의 1을 읽으면서 생각을 한다. 너무 욕심을 내는 나는 남에게 불행을 주지 않았나. 본질적으로 가난한 존재인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욕심을 내면서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그 빼앗음을 즐기지는 않았나... 어쩌면 이것이 인간으로 우리가 가지는 원죄를 아닐까... 잡초... 내 발 아래 잡초는 이러지는 않을 것인데...

2016년 5월 26일 오캄연구소+토마스철학학교에서 유대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