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헤겔의 역사철학이란 무엇인가? 그에게 역사철학이란 역사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die denkende Betrachtung)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어진 역사저긴 사실을 그래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라는 잣대를 가지고 영원한 존재를 인식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겠다. 2.0 헤겔의 역사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성을 세계사의 동인으로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는 철학자가 가지는 것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세계사에서도 모든 것이 이성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적 태도는 그의 철학을 이루는 『철학요강』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성에 대한 견해는 사실 그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되기도 하며, 이는 역사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에게 세계사는 한 마디로 "영원한 이성의 산물"(ein Produkt der ewigen Vernunft)이라고 한다. 그의 이러한 역사관의 예로서 그는 두 가지 견해를 제시한다. 그 하나는 아낙사고라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적 사상이다. 우선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정꾼 가운데 홀로 제 정신이라고 한 아낙사고라스에 의하면 이성( ) 일반 혹은 정신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때 이성은 하나의 법칙성이라 할 것이다. 하루에 해가 제시간에 뜨는 것은 하나의 법칙에 의하여 운동하는 것이다. 즉 그에게 이성이란 이러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주만물은 이러한 이성에 지배를 받는 것이라 그는 여긴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아낙사고라스를 비판한다. 소크라테스는 아낙사고라스가 이성이 아니라 세계를 결국에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것으로 설명하기 그의 사상 책을 읽고 크게 실망하였다고 한다. 하여간 아낙사고라스는 이 우주와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서 이성 혹은 정신을 이야기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적인 것으로서 신의 섭리이다. 그리스도교에 의하면 어떤 하나의 섭리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때 신의 섭리란 자기의 목적, 즉 절대적이고도 이성적인 세계의 궁극목적을 실현하려는 무한한 힘을 가진 지혜이며, 또한 이성은 전적으로 자유롭게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유이자 누스( )이기도 하다. 즉 절대적 이성이자 정신인 신의 이성에 의한 섭리에 의하여 세계사가 전개된다는 것으로서 세계가 단지 우연에 의하여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에서 세계사는 하느님의 세계를 실현되는 곳이라 이해되어진다. 여기에서도 이성에 의한 세계사의 진행을 발견할 수 있다. 3.0 헤겔 역시 이러한 예와 같이 이성 혹은 정신을 자신의 세계사 이해의 근본적 지반으로 삼는다. 정신 혹은 이성은 자기를 기반으로 그 가운데 스스로를 전개해 간다. 그러면 이때 정신은 무엇인가? 이때 정신이란 "세계사 가운데"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신의 본질은 자유이다. 그리고 자유는 자기 가운데 혹은 자기 곁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아가 다른 것에 의존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홀로 서 있음이다. 그리고 이는 자기를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헤겔은 가지 역사전개 과정을 설명한다. 동양사람들은 스스로 자기가 자유임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자유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는 오직 군주 한 사람일 뿐이다. 이어서 고대의 그리스에서 비로소 자유가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자유를 알지 못했으면 몇몇 만이 자유임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게르만족은 비로소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유임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헤겔은 세계사는 자유 의식에서의 진보라고 한다. 자유는 정신의 궁극 목적이다. 4.0 그는 역사를 정반합의 3단계로 이해하였다. 이는 이미 말한 동양과 그리스 그리고 게르만이다. 정립-반정립-종합이 그것이다. 이를 즉자(卽自)적 단계-대자(大字)적 단계-즉대자적 단계라고 하기도 한다. 처음인 정립-즉자적인 단계는 그 자신 안에 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모순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지각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둘째 반정립-다자적인 단계는 이 모순을 자각하는 단계이다. 이어서 마지막 종합-즉대자적 단계는 이 두 단계의 종합을 말하는 것으로서 두 단계가 모두 부정되면서 동시에 다 함께 살려지는 종합적인 통일으로 이를 지향(aufheben)이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증법의 역사철학적인 근거는 자유이다. 이는 이미 말한바와 같이 역사는 정신에 의한 것이고, 이러한 정신의 본질은 자유이며, 자유는 정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미 논한 동양, 그리스, 게르만의 역사에 적용하여 보자. 헤겔은 역사의 시작을 동양으로 본다. 이는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자유를 지각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몇몇이 자유를 지각하는 단계이며, 게르만은 자유를 모두가 지각하는 단계이다. 5.0 이제 그의 역사철학을 간단히 정리하여보자. "세계사 가운데 모든 것은 합리적으로 운행되며, 이 세계사는 역사의 실체를 이루는 세계정신의 이성적이며,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행은 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머리 속에 생각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여도 그 이상이 역사의 이성적인 법칙적 흐름에 알맞은 것이 아니면 그것은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사고에서 보면 영웅이란 절대정신의 자기 드러남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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