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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철학의자리

로마인 보에티우스의 음악 이야기

 

로마인 보에티우스의 '음악' 이야기

 

보에티우스(Boethius)는 로마인이다. 이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는 로마 철학자의 큰 결실 가운데 하나이다. '로마'는 '그리스'라는 선배를 잘 소비하였다. 제국을 이루어졌지만, 로마는 많은 부분은 생산자이기보다는 소비자였다. 철학에서도 그렇다. 철학에서도 로마는 그리스의 적극적인 소비자였다/ .보에티우스는 그러한 소비의 마지막, 이제 새로운 로마적인 것, 그리스와 구분되는 로마적인 것이 나와야하는 그 때 살았다. 그리고 로마는 그것을 생산하지 못하고 사라져간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러나 새로움을 만들지 못하는 그 시점에 보에티우스는 살았다. 그는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반을 살았다. 그는 '수학'을 좋아했고, '철학'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음악'을 좋아했다. 또한 그는 그리스 철학자들의 작품을 익혔다. 특히 그는 피타고라스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는 이들 그리스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였다.

 

삼각형의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첫 의미 있는 음악 이론가다. 그는 수학의 관점에서 음악을 보았다. 물론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것, 우주 만물을 수학의 관점에서 보았지만, 특히 사라지지 않고 후세에도 영향을 준 것 가운데 하나는 음악을 수학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수학, 특히 기하학이 보이는 조화의 비례를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 이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아리스톡세누스(Aristoxenus) 등의 학자들은 한결같이 음악의 정의를 수학과 결부시켰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음악과 우주를 크게 수학이란 하나의 틀 속에서 이해하려 하였다. 이것은 분명히 피타고라스의 영향이다. 피타고라스는 기원전 6세기 인물이다. 보에티우스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의 간격이 있다. 사실 보에티우스의 음악 이론의 등장 이전까지 피타고라스학자의 이론과 입장은 점점 약해져갔다. 하지만 보에티우스의 등장으로 다시금 피타고라스의 음악 이론을 활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보에티우스 자신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단지 이론가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음악은 셋이다. '우주의 음악'(musica mundana), '인간의 음악'(musica humana) 그리고 '악기의 음악'(musica intrumentalis)이다. '음악가의 위계'를 이야기한다면, 판정가(judges), 작곡가(composer), 연주가(instrumentalist)다.

 

피타고라스와 같이 보에티우스는 음악을 추상적인 수학적 존재와 관련 지어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수학과 관련되어 형성된 음악에 대한 입장은 4과(quadrivium)에 반영된다. 이것은 중세 교육에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다. 음악은 바로 그 '4과'의 하나로 편입된다. 4과는 3학(trivium)과 함께 7 자유 학예를 구성한다. 4과는 산수, 기하, 천문, 음악이며, 3학은 논리, 수사, 문법이다. 3학의 영역은 말과 관련된다. 즉 말에 대한 학예(the language arts)다. 바르고 말하고 쓰는 문법, 정확하게 말하고 쓰는 논리, 화려하게 말하고 쓰는 수사가 3학이다. 그런데 4과는 다르다. 4과는 수학적 사고와 관련된다. 우주는 수학적 조화 속에서 존재한다. 그냥 무질서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조화 속에 존재한다. 우주는 수학적 질서의 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문학은 결국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음악이란 것도 음계 사이의 비율에 의하여 음계는 각각 자신의 고유한 음을 가진다. 온음과 반음이란 음계 사이의 관계 자체가 수학적 비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화음이란 것을 보아도 조화, 즉 수학적 질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음악도 결국 수학을 벗어날 수 없다.

보에티우스의 음악에 대한 생각 역시 철저하게 수학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수학이란 중고생 수학 문제집에 등장하는 그러한 수학이 아니다. 수학이란 일종의 존재론적 입장이다. 우주의 배후에 우주를 구성하는 그 우주의 기본 틀은 수학적이다. 수학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 태양와 태양계 그리고 달과 지구의 관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의 수학적 조화 속에 있다. 우주는 수학의 반영이다. 음악도 수학의 반영이다. 음악이란 것도 피타고라스의 논리 속에선 수학적 질서 속에 있다. 결국 보에티우스에게 우주와 인간 그리고 음악은 모두 수학적이며, 이 모든 것은 음악적이다. 우주는 눈에 보니는 음악이며, 수학이고,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은 귀로 듣는 음악이며 수학이고, 인간의 영혼도 음악적이고 수학적이다. 인간의 영혼과 육체 역시 조화와 균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유 암브로시오 (토마스철학학교 연구원)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