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의 보편자 입장의 전환
유대칠
(토마스 철학 학교)
한 철학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문제에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진 않는다. 많은 경우 입장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의 의지(vunluntas)와 지성(intellectus)의 관계도 연대기적 구분을 하곤 한다. 이러한 경우는 오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오캄의 보편자에 대한 연대기적 입장 변화는 뵈너(Ph.Boehner)와 같은 학자들에 의하여 소개되어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오캄의 초기, 그는 자신 철학의 선구적 인물인 하클레이(Henry of Harclay)와 아우레올리(Peter Aureol)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 이에 따라 오캄은 보편자는 순수한 지향적 대상, 라틴어로 ficta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의 주체적인 무엇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 지성에 의하여 파악된 대상으로(objective) 영혼 가운데 존재할 뿐이란 것이다. 이러한 보편자에 대한 존재론은 입장은 곧 그의 의미론적 입장의 형성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입장에 의하면 한 명제의 진위 여부는 실재와의 관계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이후 파기된다. 오캄은 그의 Ordinatio의 개정판(redaction)에서 보편자의 위상에 관한 서로 다른 두 주장을 모두 있을 법한 것으로 고려한다. 이는 그의 초기에 가진 ‘만들어진 것-이론’(ficta-theory)과 당시 월터 샤톤(Walter Chatton)에 의하여 주장되던 ‘성질-이론’(quality-theory)이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주장들이다. 당시 샤톤은 ‘만들어진 것-이론’을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그가 대안으로 주장한 것이 보편자는 인간 정신 가운데 주체적으로(subjective) 존재하는 성질, 외부 실재에 대한 자연적 기호이란 주장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성질-이론이 사고 행위 이론(intellectio-theory)과 동일한 부류의 것인지는 여전히 확실히 여기지 못했다. 당시 많은 학자들이 그렇듯이 오캄 역시 논쟁 가운데 스스로의 입장을 고정시키기도 하고 이동시키기도 했다. 무조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이것이 바른 것이라는 옹고집을 부리는 학자는 큰 학자가 될 수 없다. 오캄 역시 초기의 입장이 비판적으로 검토되면서 후기에 이르러 다른 이론으로 전환된다. 바로 사고 행위-이론은 초기 이론의 이후 오캄이 취하게 되는 이론이다. 그는 Quaestiones super libros Physicorum(qq.3-6)과 Quodlibeta I, q.35 그리고 Summa logicae에서 ‘사고 행위-이론’을 주장한다. 이것은 보편 개념은 우리의 행위가 그것에 의하여 한 번에 여러 개별자들을 생각하게 되는 단일한 이해의 행위란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식 행위 그 자체가 외부 실재계에 존재하는 개별자를 지칭하기 위해 외부 실재와 관련되는 기호로 기능하게 된다.
오캄은 전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로 연대기적 변화를 거친다. 초기의 ‘만들어진 것-이론’에서 중기 여러 이론을 숙고 중이며 서서히 초기에서의 변화를 모색하던 시기, 그리고 마지막 후기엔 ‘사고 행위-이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 ‘사고 행위-이론’은 그가 구사한 지칭(suppositio)와 의미(significatio)와 잘 조화되게 된다.
아래 사진은 부터가 열반에 든 이후의 모습이다. 관 속에 싯타르타가 누워있을 것이다. 옆에 제자들이 울고 있다. 모든 것이 흐르고 변화고 헤아지고 만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여 그 가운데 나 역시 하나가 되는 일체의 삶... 싯다르타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 가르침을 전했지만 스승의 떠남은 제자들에겐 아픔인가 보다. 오늘 과거 찍은 이 사진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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