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학장의 고개넘기/허수한국학연구실의자리

화담 서경덕 <토마스철학학교 철학사전>

화담 서경덕 <토마스철학학교 철학사전>

 

허수 유대칠 적음 (토마스철학학교 허수당 연구원)


들어가는 말.

서경덕(1489-1546), 흔히 화담선생이라 부르는 서경덕은 사실 그의 이름보다 화담이란 별호가 더 유명하다. 그의 집은 대대로 양반이기는 하지만, 벼슬을 하지 못해 궁핍하였다. 조선의 양반들은 벼슬만이 생존의 길이기에 벼슬을 하지 못하였기에 궁핍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 가운데 서경덕은 어려서는 과거에 응시하여 합격을 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는 높은 벼슬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며, 사화가 연이은 조정을 떠나 학문에만 정진하였다. 비록 52세에 대제학 김안국이 그를 조정에 추천하였지만, 그는 이 때에도 이를 마다하고 학문에만 정진하였다. 이로 볼 때, 그는 벼슬이나 권력 그리고 경제력보다 학문의 정진을 통하여 얻은 것이 더 크다고 여긴 인물이라고 여겨진다. 그는 학문의 즐거움을 배고픔이나 현실적 아픔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한 그의 학문됨을 두고 이이는, “스스로 깨달음 바가 많아서 문자만으로 익히 이와는 다르다라고 하며 그의 학문을 높이 평가하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그의 철학은 조선 철학사에서 주류의 논의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기에 그의 제자들은 조선 철학자에의 외곽선에 선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토정비결?을 적은 토정 이지함(1517-1578)과 그 외 허엽(1517-1580), 박순(1523-1589), 서기(1523-1591)가 있다.

 

사상.

서경덕은 ?대학?에 등장하는 격물’(格物)을 읽고 학문함에 우선을 격물에 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없다면, 독서가 소용없다고 한다. 그는 격물을 통하여 의 본원(本源)에 통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성현의 경전을 읽기 보다 우선 격물을 통하여 깨닫고 그 이후에 성현을 경전을 읽어야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그의 학문함의 방법론이 되었다.

 

서경덕 철학의 핵심어는 ’()이다. 이에 의하여 많은 연구가들은 그를 기론자, 기일론자 혹은 유기론자라고 정의하였다. 그에게 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정이나 주희가 주장하듯이 기의 생명을 그는 거부하였다. 그는 이러한 그의 입장은 촛불의 예로 설명한다. 촛불이 타서 사라지지만, 그것은 엄밀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가 연기로 변하여 사라지는 것이란 것이다. 그렇기에 연소란 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의 형태가 변화되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기의 무화(사라짐)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이렇게 기의 영원성을 주장하기에 그는 리가 앞서도 기가 뒤쳐진다고 하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성을 앞선다는 것은 불가능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는 영원하면서 우주에 하나뿐인 단일성을 가진다. 그에게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기이며, 개별자의 존재 여부는 단지 이러한 기의 취산 여부일 뿐이라고 그는 믿었다. 기가 모여있으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흩어지면 사라진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위의 촛불의 예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앞에 저 나무는 존재의 여부로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엄밀하게 기가 모여서 나무의 형태를 이룬 것이고, 이것이 흩어지면 우리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서경덕은 기의 실체()와 작용()을 말한다. 기의 실체는 고유한 본래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고, 그 작용은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다. 그는 그의 실체를 초감각적인 것이라고 하며, 이를 선천(先天)이라 하고, 또 태허(太虛)라고도 한다. 이는 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어떠한 감각도 넘어서 있다. 이는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에 하나 뿐인 그러한 기이다. 그리고 삼라만상은 이러한 기의 작용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삼라만상으로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세상, 즉 감각 세상을 후천(後天)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선천에서 후천으로의 전환을 그는 개벽(開闢)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그 자체로 일어난 것이다. 기의 실체가 그 작용으로 모이고 흩어져 어떤 것을 이루는 것은 누군가에 의하여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하여 그렇게 되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후천이란 선천의 내적 법칙에 의하여 다양하게 전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