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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철학이야기/유학장의 머리엔...

나와 같이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결국 역사의 주체다.

세상은 영웅도 필요하겠지만 나와 같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도 필요하다. 솔직하게 나와 같은 이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역사는 그 마지막 순간 우리 민중의 수단으로 있던 한 사람으로 영웅으로 기억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기억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소하게 일상의 다양한 어려움에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살아가는...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나와 같은 이들이 결국 역사를 바꾸고 결국 이들이 역사의 희망이다. 몇몇 영웅들이 온갖 영웅적인 일을 해도 대부분 모른다면 그 영웅적 행위는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 그냥 약간의 이벤트에 그친다. 아무리 대단한 철학도 신학도 영웅의 명령으로 있다면 결국 이벤트에 그치고 역사는 달라지지 않는다.
철학자라며 민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면, 신학자라면서 민중을 그저 무지한 이들로만 여긴다면, 그들의 그 가르침엔 공감이 빠져 있을 수 있다.
요즘 이주 노동자와 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병원을 가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겨움인지 알게 되었다. 그냥 막연한 것이 현실이 된다. 특히 나는 그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임금을 받는 동료다. 나의 앞에서 나와 같이 사장 욕을 하며 임금 문제로 소리 치기도 하는 동료 말이다. 평등의 자리 그들과 같이 먼지 가득한 옷으로 식사를 하는 동료 말이다. 그래서 인지 그 불편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한 이주 노동자의 아이를 어린이 집에 다닐 수 있게 계속 함께 하면서 나름 참 행복하다. 없는 돈에 어린이 집 준비물들... 기죽지 말라고 좋은 것으로 선물하고... 그 아이의 미소... 나를 보면 좋아서 안기는 게 참 좋다.
나는 철학을 해도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근래 그런 이야기를 제법 많이 들었다. 응원하는 이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사실 나를... 실력 없는 어설픈 누군가로 알고 있었다. 사실은... 그래... 그러면 나보다 더 대단한 이들이 이주 노동자의 아픔에 대하여 이 사회에 무엇인가 남겨주면 좋겠다. 정말 합법의 틀 속에서 교묘히 이용당하는 상황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
이주 노동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에서도 참 힘들게 괴로워하는 이들 참 많다. 나와 공부하면서 내가 도울 길이 없을 때가 많다. 그냥 그들과 공부하는 것이 내가 하는 거의 유일한 애씀이다. 정말 좋은 철학자와 신학자의 이론들이 이론의 벽을 넘어선 이론으로 이 땅 페톤 연기 가득한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 병원 한 번 가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주 노동자들... 극심한 마음의 아픔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 이웃들... 이들의 아픔에 좋은 약이 되는 이론을 내어 놓았으면 좋겠다.
지금 나와 같은 영웅이 아닌 이가 할 수 있는 건... 소소하게 그들과 더불어 웃고 울며 이게 이론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더불어 공부하고 때론 공부보다 그 아픔을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는 것 뿐이다.
유대칠 
2023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