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대교 철학은 이슬람교 및 그리스도교 철학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유대교의 교리와 철학적 이론의 조화를 위해 애쓰며 생긴 중세 유대교 철학은 철학적 사변과 유대교 신앙 사이의 수용과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대교 철학자는 ‘세속(secular)’과 ‘종교’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앎의 영역을 조화시켜야 했는데, 여기에서 ‘세속’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상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대교와 세속 사이의 긴장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 유대인은 알고 있듯이 성전을 따르는 이들에게 신의 말씀은 구전된 토라와 성경에 계시 된 것 그대로다. 그러나 수 세기 동안 유대교의 생존에 본질적이었던 이 신성한 유대교의 문헌에 대한 유대인의 헌신은 양면적이다. 유대교 문헌의 내용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겨야만 한다면, 일반의 세속 학문, 특히 과학 연구는 유대교 토라의 연구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세속 학문의 내용이 전통적인 그들의 학문 내용과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 질문은 기원전 1세기 그리스 유대교 철학자 필론이 이미 제시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시 유대교의 사상사 전면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램(Lamm)의 저서 『토라-우마다(Torah u-Madda)』에서 적은 바와 같이 아테네로 대표되는 이성적 사변과 예루살렘으로 대표되는 토라에 뿌리를 둔 학문 사이의 갈등은 모든 유대교 세대에 반복되어 일어났다. 헬레이즘의 세계, 이슬람의 세계, 계몽주의 유럽, 최근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여러 문화의 큰 맥락에서 소수 종교로 유대인은 이러한 여러 문명의 다양한 특졍을 거부하기도 하고 때론 수용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여러 세대를 걸쳐 유대인은 항상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 토라 공부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시간을 일부를 다른 유형의 학문을 배움에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둘째, 세속의 것을 배우는 것과 종적인 지식의 내용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렇게 두 가지가 항상 문제였다."
T.M.루다브스키(T.M.Rudavsky)가 쓴 "Jewish Philosophy in the Middle Ages Science, Rationalism, and Religion"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도 번역해서 소개하면 좋은데... 내가 번역하면 인지도가 떨어져서... 유명한 사람이 번역해야 인지도가 있겠지. 하여간 재미난 책이다. 중세 지중해 연안의 고민은 신앙과 이성의 조화다. 왜냐하면 그 시절 철학이란 것이 지금의 철학과 달리 신학자의 신학함을 위한 철학이기에 그런 거다. 사실 신앙과 이성의 조화는 철학자 고유의 일이 아니고 신학자 고유의 일이다. 신학자의 철학이니 중세 철학은 그리스도교의 것이든 이슬람의 것이든 아니면 유대교의 것이든 다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궁리했다. 이 책... 조금씩 함께 읽어가면 좋다. 위의 번역은 이 책을 접하고 첫 번역이다. 서툴다. 욕하진 마시라. 서툴다고 인정했으니... 하여간 나도 잘 번역하고 싶다.
유대칠
2023 05 21
사는 게 힘들지만 기운내서 살려는 유대칠 교장 겸 소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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