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인가?
- 사랑에 빠진 뽀르삐리우스의 사랑에 이사고게 -
유대칠 적음
그녀가 죽었다. 맘이 아프다. 아직도 그녀의 없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뜨면 사라지고 감으로 눈앞에 웃는 그녀를 놓을 수가 없다. 아프다. 정말 그녀는 없는 것인가? 그녀와의 행복한 순간들은 여전히 추억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남아있는데, 정말 그녀는 없는 것인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인가? 사라져 버린 것인가? 인정할 수 없다. 그녀는 있다. 나의 맘속에 이렇게 있고, 나의 그리움 속에 이렇게 남아있다. 그녀는 그렇게 나의 영혼 가운데 존재한다. 너무나 분명하게도.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 그녀는 만나는 방법이 전과 달라졌다. 이제 도서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눈으로 감으며 조용히 살며시 그녀는 나의 옆에서 나와 여전히 그대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나는 여전히 매주 화요일 10시 반이 기다려진다. 그 때 나는 여전히 그곳에 앉아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키고 앉아있다. 감은 내 두 눈앞에 그녀는 여전히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스트로우를 입에 물고 날 쳐다보며 웃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지금 여기 이렇게 있다.
그에게 그녀의 죽음은 무엇인가? 소멸인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 무엇으로 그에게 남아있는가?
지금 그에게 그녀는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한다. 그 무엇으로 존재한다. 단지 그 무엇을 담고 있던 육체가 사라졌을 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한다. 그에게 진정한 그녀는 단지 육체가 아니다. 육체가 사라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그 무엇이다.
머리 모양을 달리해도, 그에게 그녀는 그녀였다. 설사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도려낸 모습으로 아파하고 있던 그녀도 그에겐 그녀였다. 왼쪽 얼굴의 극심한 외상(外傷)으로 얼굴이 일그러져도 그에게 그녀는 그녀다. 어떤 육체의 변화 속에서도 그녀는 그녀일 뿐이다. 그에게 육체는 그녀가 아니다. 육체의 어떤 변화, 심지어 육체가 사라져 없어져도 그에게 그녀는 여전히 존재한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단지 과거의 만남의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에게 그녀의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다.
그는 그녀를 영원 전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항상 그리워하며 애타게 찾던 그가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이 되어 앞에 나타났다. 그냥 막연히 그리워하던 그녀가 육화(肉化)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에게 일종의 알아봄이다.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찾던 그녀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며,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그녀의 죽음은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되었을 뿐, 그녀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 그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찾았듯이 그렇게 그녀의 죽음 이후에서 그녀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에게 사랑으로 남아있다.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녀는 그에게 존재했고,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게 그녀의 무엇임은 육체 가운데 있지 않다. 육체는 그녀를 보다 더 쉽게 인식하게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 그에게 그녀는 그 자체로 육체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를 비웃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그녀는 이미 없으며, 그가 사랑하고 그리워하고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억, 즉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한낮 기억의 조각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진정한 존재는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이다. 그녀의 무엇임은 육체 가운데 있는 것이며, 육체가 사라지는 순간, 그녀는 진정 사라지고, 남겨진 것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기억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진정한 그녀는 육체 없이 남겨진 그녀의 무엇임만이 아니며, 또 육체만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또 다른 누군가는 진정한 그녀는 육체와 그 육체에 그 무엇이 녹아들어 있을 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육체만도 아니며, 육체를 벗어나 존재하는 그 무엇임도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는 그녀를 플라토닉하게 사랑한다. 누군가는 물질주의에 근거한 그녀를 마주하려 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 둘 모두의 종합을 추구할지 모른다. 그 또 다른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이 육체도 그녀의 한 몫이고, 이 육체를 그녀의 몸짓으로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임도 그녀의 한 몫이며, 결국은 이 둘이 한 자리에 있을 때 온전한 그녀가 된다고 한다. 물론 그 가운데 진정 그녀를 그녀이게 하는 그 힘이 육체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 육체를 그렇게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임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도 플라토닉적인 면이 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의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그녀에 대한 맘인가 아니면, 사라져 버린 기억에 대한 집착인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그가 사랑하고 있다. 그가... 여전히 그때와 같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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