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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철학이야기/유학장의 머리엔...

인문학이 잘 되었으면 한다.

인문학의 위기. 아주 식상한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대학에선 인문학의 위기이지만 대학의 외부는 다르다. 아주머니도 청년백수도 심지어 중고생들도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본다. 돈이 되지 않으니 대학에 가서 전공하기는 그렇지만 한 인간으로 여러 가지는 인문학적 궁금증은 존재하고 있으며 더욱 더 강력하게 힘을 내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인문학 책을 구하기는 너무 쉽다. 그리고 읽는 사람도 제법 많다. 내 주변에 인문학 교양 서적을 읽은 사람이 다른 여타 자연과학의 개론서를 읽은 사람보다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대학의 외부에선 인문학이 강렬하게 힘을 내고 있다. 그런데 왜 대학은 다를까? 자본주의적 사고, 그것도 극단적인 '돈'주의에선 인문학이 살길이 없다. 기업이 되어 버린 대학은 인기 없는 학과는 과감하게 제거해 버린다. 철학과는 거의 1순위일것이다. 돈이 되지 않으니 학생들은 외면하고 대학은 제거한다. 그렇게 대학 내부에서 인문학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인문학의 위기는 아니다. 단지 대학 인문학의 위기 정도일 것이다.

대학 인문학을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대학 인문학이 대학 외부의 인문학적 사고와 그 생산물보다 이 사회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인문학이 이 사회에 대한 이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자본주의적 사고 속에서 인문학적 고민을 하는 사람을 감싸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인문학의 중심이 대학의 외부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의 내부이건 외부이건 나는 인문학이 잘 되길 바란다. 물론 나와 같이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논문 쓰고 번역하며 그것을 낙으로 삼는 이가 좀 더 강한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 인문학이 지금보다 더 잘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문학이 그저 서양 사상을 정리 요약해서 학생에게 강의하며 외국의 사유에 감탄사나 난발하는 학문이라거나 혹은 어떤 영웅 철학자가 모든 철학사의 외고하는 식의 사유 없이 정말 인문학적 사유가 자유롭게 진행되면서 다양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생산했으면 한다. 철학사를 달달 암기하는 것이 철학 혹은 인문학이 아니라, 고전을 읽으며 연구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기쁨을 얻고 그 얻은 기쁨으로 세상을 다시금 보다 슬픔을 기쁨으로 고치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론을 만드는 그런 인문학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작은 사람이라 이런 말을 해도 읽혀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편한 맘에 그냥 이렇게 막적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인문학이 잘 되었으면 한다.

교실에서 사회의 고민을 무시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지 말고, 거리를 채운 시민의 고민에 답을 하고 그 시민의 지친 머리에 시원한 물 한잔 같은 그런 인문학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인문학을 좀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비록 작지만 나도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 좋은 인문학적 생산품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후훗...

인문학 정말 잘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