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세보기/장미의 이름 읽기

"장미의 이름" 주인공 '바스커빌의 윌리엄'은 철학자 윌리엄 옥캄

1.

 

"장미의 이름"은 대단한 소설이다. 아마 이 소설로 인하여 서양 중세에 관심을 가지게된 인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미 20여년 전에 전세계적으로 600만권이 팔렸고, 그후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저마다 남겼고, 이 글에 관한 다양한 사고를 전개하기도 하였다. 본인 역시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하려고 한다. 우선 이 소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하는 것은 주인공에 대한 지은이 움베르트 에코의 발상이다.

 

주인공은 바스커빌의 윌리엄 수상이다. 그는 프란치스코회 수사이며, 사사상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경험론 철학에 근거를 둔 인물이다. 그는 사건을 경험에 근거한 다양한 추론, 즉 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귀납법에 근거하여 해결해 간다. 특히 살인을 다양한 증거로 추론해 가는 그에게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는 적어도 프란치스코회 출신으로 경험론에 근거한 지식인인 것이다. 그러면 그런 인물이 누가 있는가! 아! 아마 철학사를 공부한 인물이라면 단 한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로 옥캄의 윌리엄이다. 흔히 옥캄이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은 윌리엄이며, 옥캄은 그가 태어난 영국의 고향 즉 Oak Hamlet(오크 햄릿)에서 나온 발음이다. 중세 시대엔 출신지를 이름과 같이 병기 하였는데, 그래서 옥캄의 윌리엄이란 철학자의 이름이 가능한 것이다. 이 철학자 옥캄의 윌리엄은 경험론에 근거한 프란치스코회 수사이며, "장미의 이름" 속의 윌리엄과 같이 단죄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세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사실 에코는 분명히 옥캄의 윌리엄을 맘에 두고 바스커빌의 윌리엄을 착안하였다. 우연인지 몰라도, 남아있는 초상화 속 옥캄의 윌리엄의 모습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숀 코너리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면 도대체 왜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윌리엄의 고향은 옥캄, 즉 오크 햄릿이 아니라, 바스커빌이 되었는가? 여기에서 우린 에코의 장난기 어린 발상을 보게 된다. 아마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탐정 홈즈의 글을 좋아하는 이라면, 바스커빌이란 지명이 낮설지 않을 것이다. 맞다. 바로 그 소설의 시리즈 중 "바스커빌의 개"에서 착안한 것이다. 철학사 옥캄의 윌리엄이 아니라, 추리력이 강한 탐정 윌리엄을 위하여 그는 바스커빌이란 탐정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곳을 윌리엄의 고향을 정한다. 그리고 바스커빌의 윌리엄이란 이름을 만든 것이다.

 

옥캄의 '윌리엄'+'바스커빌'의 개= 바스커빌의 윌리엄! 이렇게 된 것이다. 기호 속에 다양한 것을 암시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에코이기에, 주인공의 이름도 쉽게 그저 정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암시를 담은 것이다.

 

아...이 소설 처음부터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좋은 것이 이 소설의 재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