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 적어도 나에게.
2000년 8월일 거다. 지금 생각하면. 무엇인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대구 대봉도서관 앞 PC방에서 별 생각 없이 만든 홈페이지 이름이 '토마스철학학교'다. 이름도 별 생각 없이 지었다. 나는 생각보다 깊은 고민을 하며 무엇인가 선택하지 않는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신학대전' 일부를 번역해서 올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나의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과 토마스철학학교라는 모임을 만들어 같이 철학책을 읽었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책 읽고 같이 토론하는 그런 독서 모임이었다. 그러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다른 벗들은 모두 각자의 길로 취업해 갔다.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하이데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 한 여학생이...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여학생이 찾아와 같이 읽고 싶다 했다. 그렇게 그와 하이데거의 책을 읽었다. 내 방에서 일주일에 한번... 그러다 내가 중세철학연구소 총무로 있던 연구소 사무실에서... 같이 읽었다. 그러다 그가 나에게 너무 많이 일방적으로 준비한다며 5만원을 주었다. 마다했지만 주었다. 그도 취업을 해 자신의 길을 같다. 그리고 조심스레 홈페이지로 한달 3만원에 강독 모임을 한다고... 3만원이면 1주일 한번 만나 차 한잔과 간식을 준비하기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뜻 밖에 사람이 모였다. 그렇게 대구 범어종 시절을 걸쳐 삼덕동 시절 그리고 동성로 시절로 이어진다. 수강료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래도 한 달에 1명 많으면 3명... 그렇게 모여 함께 철학 공부를 했다. 모두 비전공자이고 철학 전문책은 나와 처음 읽는 이들이었다. 참 재미있었다. 만삭의 산모도 출산 이전까지 쉼 없이 강의에 참가하기도 했고 아주 드물지만 멀리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몇 분 있으셨다. 그러나 동성로 시절 이후 더는 함께 모일 강의실을 구하지 못했다. 대략 2017년 이후 사실 토마스철학학교의 강의는 멈추었다. 다시 대구 서재에 오캄연구소라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지만 과거와 같이 사람들이 찾지 않았다. 마을 분과 철학 대화하는 하는 공간이 되었을 뿐 더는 함께 진지하게 전공 서적을 읽거나 논문을 읽는 시간은 사라졌다. 온라인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만... 사실 몇 번 모욕의 경험을 하곤... 그조차 사실 심적으로 큰 힘겨움이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도 더는 사람과 같이 철학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내년 1월... 나 이외 누구도 없는 토마스철학학교는 나 이외 누구도 없지만 또 다른 인연을 향하여 무엇이라고 하려 한다. 항상 그렇듯이 막연하다. 무엇을 할지... 대단한 무엇을 크게 할 생각은 없다. 그럴 힘도 없다. 그냥 소박하지만 서로에게 좋은 그런 시간을 모색할 생각이다. 대구에서 오프라인으로 무엇을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막연하다. 전국 어디든 온라인으로 함께 할 수 있으니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길이 중심이 될 것 같다.
함께 고전을 조금씩 읽어가는 것도 좋다. 내가 비전공자에게 쉽고 재미나게 가르칠 수 있는 고전을 중심으로 선별되어 함께 읽어가는 것도 좋단 말이다. 전공자의 시간이 아니라, 비전공자와의 시간이 중심이 될 것이고, 녹음해서 일정 시간이 되면 책을 개인출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구의 말처럼 검증받지 못한 사람이고 누구의 말처럼 나대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도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조금도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서... 그런 내가 읽어 깨우치고 좋았던 것은 나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10명의 수강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말이 벌써 10년이다. 2024년엔 가능할까... 10명의 수강생... 안되어도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는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그냥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래도 살아있다면 나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그게 나이니까 말이다. 이건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담담한 내 이야기이고 혹시나 나와의 더불어 있음이 좋음일 수 있을 것이란 이들을 향한 간절한 구애다. 간절한 구애다.
2023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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