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틴어와외국어학습의자리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1 라틴어를 왜 공부하는가?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 1 라틴어를 왜 공부하는가?

 

라틴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대부분 고전(古典)를 읽기 위해서다라틴어로 쓰인 수많은 고전을 읽고 연구하기 위해 고전어를 익힌다특히 서양의 고대와 중세의 사상과 역사 등을 연구하는 이라면 라틴어와 고전 그리스어는 필수다어떻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그리스어 : Ἀριστοτέλης), 플라톤(Platon, 그리스어 Πλάτων), 헤로도토스(Herodotos, 그리스어 : Ἡρόδοτος ὁ Ἁλικαρνασσεύς등을 모르고 고대 그리스를 논할 것이며고대 그리스를 논하지 않고 어떻게 고대 지중해 연안의 역사와 사상을 논하겠는가라틴어로 다르지 않다로마 제국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사상과 역사를 라틴어로 기록되었다성서는 라틴어로 쓰인 성서가 읽히고 연구되었고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로 라틴어로 번역된 것이 읽히고 연구되었다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와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등이 읽고 연구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라틴어로 번역된 것이었다또 그 당시 철학역사신학 등의 모든 지식도 라틴어로 기록되었다루터(Martin Luther)의 작품도 스피노자(Spinoza)와 데카르트(Descartes)의 작품도 심지어 칸트(Immanuel Kant)의 작품도 라틴어로 기록되어 있다라틴어는 이와 같이 서구의 오랜 사상을 표현하는 언어 수단이었다.

 

한문(漢文)을 모르고 동아시아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고산스크리트어(Sanskrit)와 팔리어(Pali)를 모르고 어떻게 불가(佛家사상의 심오함을 이해하겠는가초기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어라틴어시리아어곱트어히브리어 등은 필수적이다싯다르타 고타마(산스크리트어सिद्धार्थ गौतम, Siddhārtha Gautama, 팔리어: Siddhattha Gotama, 한자悉達多 喬達摩)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는 필수적이다없으면 안 된다그것을 통하여 그와 대화할 수 있다그 언어를 익히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이황(李滉)과 이이(李珥)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한문을 모르면 안 된다초기 그리스도교 문화는 라틴 교부문헌(Patrologia latina)과 그리스 교부문헌(Patrologia Graeca) 그리고 동방의 교부문헌(Patrologia Orientalis)에 담겨있다이들 문헌은 라틴어그리스어시리아어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이들 언어를 익힘으로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복원해 볼 수 있다.

 

라틴어를 익히는 이는 서구 라틴어 문헌을 읽고 연구하고자 한다이들은 이들을 연구함으로 이들 사상을 복원하고자 하며동시에 이들 문헌의 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라틴어는 모른다면한문을 모르고 이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이고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그리고 이들의 번역어인 한문을 모르고 불가의 사상을 다루겠다는 것이 된다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어떻게 말도 통하지 않은 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그 가운데 그의 진의를 파악하겠다는 것인가우선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이해하고더 깊이는 그의 언어 습관과 형태 그리고 감정을 익혀야 한다그러한 노력 가운데 우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라틴어는 공부하는 이들은 고전학유럽의 고대와 중세 고전 철학을 하거나 혹은 근대 철학을 연구하는 이거나 혹은 역사와 신학을 연구하는 이일 수 있다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라틴어 문헌을 다룬다라틴어 문헌을 다루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전 문헌학의 길에 서 있다물론 그것을 주된 것으로 삼았는가 아니면 철학사를 연구하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와 같이 보조적인가의 문제가 있지만기본적으로 고전 문헌학의 방법론은 필수적이다그러면 아주 간략하게 고전문헌학을 이해하고 라틴어를 익히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2 고전문헌학(영어 : classical philology, 독일어 : die klassische Philologie)이란 무엇인가?

 

고전문헌학은 고전 문헌과 그 고전과 관련된 언어의 연구를 포함하는 학문이다서양의 기준에서 본다면그리스어와 라틴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어와 그로 쓰인 문헌에 대한 연구가 고전문헌학에 속한다고전문헌학은 역사적으로 유럽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에서 발원했다패망한 비잔틴의 학자들이 서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당시 서유럽의 성서와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플라톤 등의 문헌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분위기가 일어났다그리스어와 히브리어 등에 익숙한 이들 비잔틴 출신의 학자들에 의하여 일어난 이러한 학풍은 고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고결국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야와 그 방법론을 낳았다실재로 르네상스에 이르러 플라톤과 플로티노스(Plotinos, 그리스어 Πλωτνος)에 대한 라틴어 번역이 소개되고이들 저작들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새롭게 연구되었고아리스토텔레스 문헌에 대한 새로운 번역과 연구가 시도되었다우리가 흔히 아는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와 같은 이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성서 연구와 고대 철학에 대한 문헌학적 성과를 내어놓았다예를 들어 1516년 그리스어판 신약성서를 출판했다이미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상당한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었다예를 들어고대 성경시대 그리스어의 고유한 발음법에 대한 연구물을 낼 만큼 고전에 대한 연구에 깊이가 있었다그는 그리스어판과 자신의 라틴어 번역을 나란히 한 쪽이 제시함으로 독자들의 연구와 이해를 돕고 있으며이를 위해 10여 개의 성서 번역을 참고한다이와 같은 에라스무스의 모습은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모습이기도 하다에라스무스가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을 보고 연구한 것과 같이 지금의 학자들도 고전을 다루고 있으며이는 고전문헌학의 고유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라틴어그리스어산스크리트어 혹은 팔리어 이외 어떤 고전어로 된 문헌도 기본적으론 고전문헌학의 방법론으로 연구된다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다루며 그 가운데 연구하고 결실을 이루는 철학사와 신학 그리고 문학과 역사학 등에 뜻는 둔 학도들은 기본적으로 고전문헌학적 연구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

 

그러면 고전문헌학을 연구하기 위하여 관련되는 몇 가지 학문 분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필사본학(Codicology) : 필사본학은 영어로 codicology이 단어는 책 혹은 공책을 의미하는 라틴어 codex의 소유격인 codicis와 그리스어 logos에서 파생된 -logia(-λογία)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필사본학은 물리적 조건으로 주어진 책을 연구한다특히 서구 중세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한 양피지(parchment)에 쓰인 수사본(manuscripts)을 다룬다그러한 까닭에 종종 이 학문을 책에 대한 고고학이라 부르기도 한다책을 만드는 기술과 그들을 제본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양피지(membrane, parchment, vellum)와 종이와 같은 물리적 조건들을 다룬다.

 

고서체학(Palaeography) : 고서체학은 기본적으로 필사(handwriting)와 오랜 서체에 대한 학문이다고서체학은 근본적으로 역사학자와 고전문헌학자가 익혀야 하는 학문의 분야다고서체학이 연구하는 개별 철자의 형태합자(ligature)(punctuation), 약(abbreviation) 등에 대한 지식은 역사학자와 고전문헌학자가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한다물론 고서체학자는 고전어를 알아야 한다그리고 시대에 따른 필사의 다양한 유형을 익혀야만 한다또한 일반적으로 주어진 시대와 장소에 사용된 언어와 어휘 그리고 문법에 대한 고전문헌학적 지식을 가져야 한다이러한 지식을 통하여 고서체학자는 주어진 문헌즉 수사본이 어떤 시기에 어느 지방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낼 수 있게 된다.

 

우리말 자료 줄리오 바텔리서양 고서체학 개론』 김정하 옮김 (서울 아카넷, 2010)

 

고문서학 (Diplomatics) : 고문서학은 고문서에 대한 학문이다이때 고문서는 고대의 문헌과 문학공공문서서신법령(decrees), 헌장(charter)... 등 그 진본임(authenticity)과 그 연대 등이 판독되어야 하는 대상들이 모두 포함된다한마디로 고문서학은 여러 가지 형식과 내용으로 된 고문서를 분류하고의미와 진본임과 그 기원과 전래(傳來등을 종합적으로 연구 하는 학문이다.

 

우리말 자료 체사레 파올리서양 고문서학 개론』 김정하 옮김 (서울 아카넷,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