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미학오딧세이>를 읽으며 그의 생각에 이런 저런 나의 작디 작은 해석은 뒤로 하고 든 생각이 있다. 아! 쉽다! 쉬운 어투로 어렵고 힘든 내용이지만 잘 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렵다고 미학의 정수를 이해했다고 할 순 없다. 단지 접근이 아주 어려운 이에게 다가서기 위하여 참으로 힘든 시도를 했지만, 실패를 하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반가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친근히 다가오는 느낌... 그 책으로 미학은 그렇게 친근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인문학 책은 많이 어려웠다. 다가서기 쉽지 않은 책들이었다. 맘을 먹고 플라톤을 들고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읽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차라리 철학사를 집어 들고 달달 암기하는 편이 더 좋았다. 함께 고민하는 것은 정말 무리였다. 어렵기만하고 무엇인가 바바리코트를 입고 낙엽길을 걷는 세상과 등 돌린 이들의 어려운 이야기와 같이 느껴졌다.
<대장경, 천영의 지혜를 담은 그릇>... 쉬웠다. 대장경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제목으론 불교 서적 같은 느낌도 있지만, 사실은 불교 서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대장경에 대한 쉬운 소개서였다. 대장경에 담긴 지혜, 즉 불교의 가르침이나 싯다르타와 원효등의 대가들이 선보인 가르침이 아니라, 진짜 그것이 담긴 그릇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정말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랑 함께 해인사에 갔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대장경을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대장경은 그릇(21쪽)이다. 정말 좋은 그릇이다. 그 그릇은 과거 우리네 조상과 우리가 한 자리에 앉아 인문학의 식사를 하게 해 주는 그런 그릇이다. 시간을 넘어선 정말 제대로 된 그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불교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장경은 다양한 인문학적 흐름들이 교차하는 그런 지혜의 그릇이기도 했다. 불교가 아닌 다른 지혜 역시 이 지혜의 그릇은 담고 있다는 것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106쪽) 그 가운데 흥미있었던 것은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을 편찬하며, 들어간 경교(그리스도교의 네스토리우스파) 문헌 3종의 이야기다. 그 가운데 하나인 <서청미시소경>, 이것은 메시아가 설한 경이란다. 그리고 <경교삼위몽도찬>에서 삼위는 그리스도교의 삼위, 즉 성부, 성자, 성령이란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불교만의 그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그릇은 그 그릇으로 구실과 용도 그리고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많은 지혜를 전해 주었다. 아... 글자만이 담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장경, 그 그릇을 한번 알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권한다. 참으로 쉽고 간결한 책이다. 그렇다고 무게가 없는 책도 아니다. 앞으로 책을 쓰고 싶은 나와 같은 좁디 좁은 이에게 이 책도 하나의 방법론적 길잡이가 되는 것 같다. 하여간 강권한다.
한번 읽어보시길~
유 지승 (토마스철학학교)